尹, 새 대법원장에 ‘미스터 소수 의견’ 조희대 전 대법관 지명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조희대 전 대법관(66·사법연수원 13기)을 지명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후 45일,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 뒤 33일 만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후보자에 대해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끌어 나감으로써 사법 신뢰를 신속히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1957년생으로 경북 경주 출신인 조 후보자는 경북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1981년 사법시험(23회)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뒤 군 법무관을 거쳐 서울지방법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지법 부장판사, 대구지법원장 등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대법관이 됐다.
그는 대법관 시절 주요 사건에서 소수 의견을 많이 내 ‘미스터 소수 의견’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할 당시 다른 3명의 대법관과 함께 유죄 의견을 낸 게 대표적이다. 2020년 1월 박근혜 청와대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연루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상고심 때도 무죄 취지 의견을 냈다.
조 후보자는 대법원장으로 취임하더라도 임기 6년을 다 채우지 못한다. 1957년 6월 6일생인 그는 2027년 6월이면 대법원장 정년(만 70세)이 도래해 퇴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 임기(2027년 5월) 한 달 뒤에 정년이어서 윤 대통령이 또 다른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행사하진 못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조 후보자가 4년 정도 하는 걸로 돼 있는데 과거에도 임기를 다 안 채운 경우가 3번 정도 있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장 후보자 발표가 예상보다 일찍 이뤄진 데 대해선 “대법원장 공백 기간이 오래될수록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국회 본회의도 매일 있는 것이 아니고 12월 초까지 있고 하니 좀 서둘러서 했다”고 말했다. 정기국회가 12월 9일 끝나는 만큼 그 전까지 국회 인준을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했다는 취지다. 인사 검증 과정에 대해선 “대법관을 하고 나서도 고소득이 가능한 변호사를 안 하고 대학원에서 후학 양성을 했다”며 “또 인품이라든지 그런 것으로 봐서 충분히 통과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2020년 3월 대법관 퇴임 뒤 법무법인 등에 가지 않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좌교수로 지냈다.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앞서 이균용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더불어민주당은 조 후보자에 대해서도 고강도 검증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후보자가 대통령실의 설명대로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인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논평했다. 조 후보자는 현재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종석(62·사법연수원 15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는 같은 경북고 출신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래방 단골 남성이 숨졌다, 그런데 시신은 여성이었다 | 중앙일보
- 낚시꾼에 걸린 뜻밖 월척…'마약주사기 60개' DNA, 조폭이었다 | 중앙일보
- "아침식사 100원" 1시간 만에 완판됐다…직장인 몰려간 이곳 | 중앙일보
- "김종민 꺼져라, 넌 역적"…개딸들 논산 사무실까지 쫓아갔다 | 중앙일보
- 문도 결국 “그 정도 하시죠”…살아있는 권력 파헤친 ‘강골’ | 중앙일보
- 어느날 미국서 온 편지…80세 여사 "K방산에 유산 13억 써달라" | 중앙일보
- 손흥민에 양쪽 눈 '쫙'...인종차별한 영국 축구팬의 최후 | 중앙일보
- 찰리박 별세…'신화' 전진, 절연했어도 빈소 지킨다 | 중앙일보
- 지드래곤 독특한 몸짓 마약 탓? 검사 출신 변호사 의외의 대답 | 중앙일보
- "아빠 여행 고마워요, 살려주세요"…끝내 자녀 2명 잔혹 살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