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총선용'? 교육발전특구 추진이 우려스러운 이유

신정섭 2023. 11. 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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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비슷한 정책 실패, 정치 활용 논란... 교육계 일각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들

[신정섭 기자]

교육부와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 2일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는 당초 '교육자유특구의 설치·운영'에 관한 조항이 들어있었으나, 야당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교원노조 등의 반대로 포함되지 않았다. 여야는 법사위에서 "교육자유특구는 특별법에서 삭제하되, 추후 별도 입법과 심의를 통해 해당 내용을 포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법률적 근거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부와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 2일 공청회를 열고 교육자유특구와 유사한 이름의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기자와 통화한 지방시대위원회 교육문화혁신과 담당 사무관은 "교육정책 사안이라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도 시범운영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관련 예산도 교육비특별회계로 충당할 예정"이라며 "(교육발전특구가)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드는 정책이라,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면서 법령 정비도 같이 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 부활하나 

교육발전특구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의 4대 특구 가운데 하나다. 학생들이 비수도권에서 유치원과 초중고 교육을 받고 대학 진학과 취업까지 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아래 표 참조). 기초·광역 자치단체장이 교육감과 함께 신청서를 제출한 후 교육부 심사를 통과하면 당장 내년부터 3년간 시범 운영된다. 특구당 30억~10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지역에 필요한 공교육 관련 규제 완화 특례도 적용받는다.
 
 지난 2일 교육부와 지방시대위원회가 발표한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 중 선순환 체계안 발췌
ⓒ 교육부
 
지난 2일 공개된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에는 대학의 지역인재 특별전형 확대를 비롯한 여러 가지 내용이 담겨있지만, 단연 이목을 끄는 것은 '지역 명문학교' 만들기였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를 추진했던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기업에 위탁해 운영하는 '협약형 공립학교(≒미국의 차터스쿨)'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시안이 발표된 날, 대전에서 열린 제1회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 "교육과 의료는 바로 지역의 기업 유치, 곧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핵심"이라며 "교육 혁신은 바로 지역이 주도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쥐고 있는 권한을 지역으로 이전하고 지역의 교육 혁신을 뒤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강조한 지방 균형 발전의 정신은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 등 이른바 '4대 특구'를 통해 구현될 예정이다.

이 중에서 교육발전특구의 경우,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한국교원대 교육정책과 김용 교수는 지난 4월 25일 열린 '윤석열 정부 1년 교육정책' 토론회에서, "교육자유특구와 명문고 설립이 202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인기 있는 공약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관련 기사: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 아마추어 정부의 MB시즌2").

그는 지난 5월 <교육비평> 제51호에 실린 '교육자유특구: 지역 맞춤형 공교육을 선도할까? 교육생태계를 교란할까?'라는 제목의 논문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집권 1년 차인 200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시 집권당인 한나라당 후보들이 '뉴타운'과 '교육특구'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서울에서 대승했듯이, 2024년 선거에서도 전국 곳곳,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교육특구 지정과 명문학교 설립 공약이 난립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짚었다.

총선용? 교육특구는 이미 실패한 정책

교육특구는 국민이 처음 경험하는 정책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전국 여기저기에 교육특구가 지정되었고, 2008년 MB정부 때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2012년에는 교육국제화특구 특별법도 만들어졌다. 김용 교수가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1월을 기준으로 전국에 190개의 지역특구가 있고, 그중 교육특구만 24개이다.
 
 한국교원대 김용 교수가 올해 5월 <교육비평>에 등재한 논문에서 제시한 2022년 11월 현재 전국 교육특구 현황 통계
ⓒ 김용
 
김용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육비평>에 실린 논문에서 "특구를 도입할 때면 으레 획일적인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다양한 실험을 허용하고 성공모델이 만들어지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한다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특구는 지역발전에 그다지 이바지하지도 못했고, 운영 성과가 전국화하지도 않았으며, 교육특구라는 이름을 내걸고 일부 계층의 요구에 부합하는 명문학교 유치에만 힘을 쏟았다"고 꼬집었다. 즉,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가 교육발전특구를 꼭 도입해야 한다면, 다음 두 가지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첫째, 특구가 격차를 확대하기보다 어려운 지역에 보상적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인구 감소 지역에 한정하여 교육특구를 지정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 둘째, 교육생태계를 교란하지 않는 범위에서 특구를 운영해야 한다. 특구에서도 학생 선발권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지 않고, 광역지자체 등 일정 범위 지역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으며, 학교 소재 지역 학생의 입학 비율을 적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발전특구가 과연 이같은 조언을 반영한 '성공한' 정책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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