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설화 논란 이충상 인권위원의 궤변 "저 인권감수성 있다"

이경태 2023. 11. 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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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운영위] 각종 막말 논란에 위법 여부 질타 받아, 동문서답식 답변에 민주당 분통

[이경태, 남소연 기자]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하루라도 빨리 각하 내지 기각을 하면서 진정·소송에 매달리지 말고 다른 일자리를 찾으라고 하는 게 진정으로 그분들을 돕는 길이다. 의원님. 틀림없다. 저 인권감수성 있습니다."

여당 추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인 이충상 위원이 8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한 '궤변'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아직 심의도 끝나지 않은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조 진정사건에 대해 각하시키겠다고 공개 발언했다. 해당 사건은 회사 측에서 공장 안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인 해고노동자들을 겨냥해 구미시 수도사업소에 단수조치를 요청한 데 대한 긴급구제신청 사건이었다.

문제는 심의 중인 진정 사건에 대한 공개적인 발언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위반한 행동이란 점이다. 그러나 이 상임위원은 이날 국감에서 법 위반 문제를 지적하는 의원의 질의에 '자신의 행동이 오히려 진정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원회의 진정에 대한 조사·조정 및 심의는 비공개로 한다'는 인권위법 49조를 거론하면서 이 상임위원을 질책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면서 농성 중인데 (회사 측이)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해 단수조치를 한데 대한 진정사건인데 (이 상임위원이) '노조 사무실 출입이 자유로워서 (노동자들이) 샤워도 하고 잠도 자고 집에 가서 다시 와서 농성한다. (단수조치는) 인권침해가 아닌 게 명백하다' 이런 발언을 한 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어 "상식 이하이고 수준 이하다. 인권위원 상임위원으로선 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인권위법 49조에 따라 전원위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공개적으로 각하시키겠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나"라고 따졌다.

이 상임위원은 본인이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진정을 100% 각하 내지 기각해야 할 사건이라 진실한 사실을 공익도 위하고, 딱한 근로자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말한 것"이라며 "확실한 '위법성 조각사유(형식적으로는 범죄행위나 불법행위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도 실질적으론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를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인권위법 49조 위반도, 인권위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상임위원의 발언이 전원위 심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잖나"라고 지적했을 때도, 이 상임위원은 "결론이 100% 정해져 있다. (각하 또는 기각이) 진실한 사실이다. 그렇게 발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송두환 인권위원장에게 "적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위원장이 조사를 하고 어떻게 절차를 밟을 것인지 보고해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하는 와중에도, 이 상임위원의 답변은 계속됐다.

"그 회사의 공장이 화재로 전부 불탔고 해산 등기까지 됐다. 근로자 210명 중 13명만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중이다. 회사가 공장을 3년 내로 새로 지어서 근로를 계속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확실히 졌고 행정소송에서도 패소 가능성이 100%다. 전원위가 아니라 소위에서 저 혼자 각하해야 할 사안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인권운동 네트워크 바람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한국옵티칼 노동자 인권 보장 촉구 및 이충상 인권위원의 진정 사건 침해에 따른 기피신청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이태원참사특별법, 위헌소지 크다... 5.18보다 사유 미흡"

이충상 상임위원의 발언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언론중재법 개정안(김승남 민주당 의원 발의)에 대한 상임위원회의 논의 때 '민주당 법안도 반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냐고 이 상임위원에게 물었다. 이 상임위원은 "저는 민주당이 크게 아파하지 않을 법률안이더라도 민주당이 발의한 법률안이 부적절하면 몇 년에 한 번이라도 인권위가 반대해서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법률안과 외형상 균형을 채워야 한다고 했다"며 "중립적으로 발언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법안 내용만 보면 되지 왜 어느 정당에서 낸 법안인지 인권위에서 따지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상임위원은 "원래 당을 고려하지 않고 법안 내용만 보고 찬성·반대해야 하는데 현실은 국민의힘 의원님이 발의한 법안은 반대만 하고 민주당 의원님이 발의한 법안은 찬성만 해서"라며 자신의 발언은 인권위 '현실'을 반영한 중립적 의견표명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상임위원이 지난 3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내 업무개시명령 삭제에 대한 인권위 의견 표명 여부를 논의할 때 "이 법률안에 인권위가 찬성하면 민주당보다도 더 앞장서서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인권위가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지적됐다. 박 의원은 "인권위가 안건만 심의하면 되지 민주당과 경쟁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 질타했다.

하지만 이 상임위원은 이에 엉뚱하게 "실제로 인권위는 민주노총이 원하는 노란봉투법 6개 (쟁점) 모두를 찬성했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현명하게도 그 중 3개를 (심의 과정에서) 삭제했다"고 답했다. 파업 노동자·노조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예로 들면서 자신은 인권위 심의가 민주당보다 더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뿐이란 취지의 '동문서답'이었다.

이태원참사특별법(아래 특별법)에 대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이 상임위원은 특별법에 대한 인권위 의견 표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인권위 전원위원회의에서 "피해자들이 몰주의해서 스스로 너무 많이 모였다가 참사가 난 것", "민주당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인파 몰렸다가 밀려 넘어져 발생한 사고인 이태원 참사가 국가권력에 의해 시민을 고의 살상한 5·18 민주화운동보다 더 귀한 참사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 상임위원은 관련 질문에 "'몰주의'라고 발언하지 않았다. 그 신문사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는데 내일 선고가 나니 승패와 관계없이 판결문을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특별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이태원참사특별법은 개별사건 법률이다. 개별사건 법률은 위헌성이 강력히 추정된다는 게 헌법재판소 판례"라며 "(그래서) 아주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제정할 수 있는데 5.18 특별법은 아주 특별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제정이 정당한데 이태원참사특별법은 그런 사유로는 미흡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원 '국회의원 퇴출' 발언도 논란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막말 문제를 지적받은 건 이 상임위원만이 아니었다. 김용원 상임위원에 대해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김 상임위원이 지난 3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업무개시명령 삭제 관련 논의 때 "앞뒤 가리지 않고 무식한 법안을 만들고 불과 국회의원 10명이 제출한 안건에 하루 빨리 힘을 실어주자는 그런 의도로 안건을 결정한 건 아니다. 의원들이 법률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 이런 국회의원들 모조리 퇴출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발언한 데 대해서였다.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인권위원이 이런 발언을 하면 인권위에서 무슨 권고를 할 때 누가 듣겠나"라며 "국회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정부부처에서 처음 본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김 상임위원은 "정확한 워딩은 생각나지 않는데 녹취록에 근거한 것이라면 인정하겠다"면서도 "무지막지한 법안이 제출되는 경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여야 국회의원 모두를 모독하고, 국회를 모독하는 처사다. 김 상임위원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윤재옥 운영위원장은 이에 "(김 상임위원 발언) 표현 자체가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런 발언을 할 땐 주의하겠다든지 입장을 피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상임위원은 "전원위나 상임위가 아주 빈번히 개최되고 여러 발언을 해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기억할 수 없어서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 만일 제가 그 발언을 한 게 맞다면 그 부분은 과도하고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발언을 앞으로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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