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장애 생긴다"…매독 걸린 美신생아, 11배 늘어난 이유

현예슬 2023. 11. 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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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미국에서 매독에 걸린 채 태어난 신생아 수가 10년 전과 비교해 11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중 매독은 유산·사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기가 살아남더라도 귀나 눈이 멀거나 심각한 발달지체를 겪을 수 있다.

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보도 등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P)는 2022년 미국에서 3761건의 선천성 매독 사례가 보고됐다고 발표했다. 이 중 사산은 231건(6%), 영아 사망은 51건(1%)이다. 2012년 335건이었던데 비하면 11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CDCP는 이 중 약 90%는 임산부가 적절한 시기에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면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천성 매독 신생아의 약 38%는 산전 진료를 받지 않은 여성에게서 태어났다. 산전 진료를 받았더라도 이 중 약 30%는 매독 검사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너무 늦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매독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된 여성의 88%는 부적절하거나 기록에 남지 않은 치료를 받은 여성, 또는 아예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이었다.

매독 균의 전자 현미경 사진. AP=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건 미국 내 공공보건 시스템 붕괴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CDCP의 성병 예방 분과 최고 의료 책임자인 로라 바크먼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신생아 매독이 계속해서 늘고 있고, 상황이 심각하다"며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천성 매독) 1건도 공공보건 인프라의 붕괴를 보여주는 것인데, 현재 3700건의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 성매개질환(STD) 이사 연합은 선천성 매독 증가를 두고 자금 삭감과 관료주의적인 장애물로 가속화된 '부끄러운 위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를 근절하기 위해 연방자금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와 백악관 내 매독 대응 조정관 신설을 요구했다.

CDCP는 과거 전문가로 팀을 구성해 그동안 임신 여성들에게 검사나 치료받도록 하고 이를 추적해왔지만, 최근 몇 년간 담당 부서가 사라졌다.

미시시피대 보건대학원 존 D.바우어 학장은 "공공보건 인프라를 해체하면서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같이 부유한 나라에서 이런 건강 상태에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내 매독은 약 20년 전 거의 사라졌다가, 2017년에서 2021년 사이 74% 증가한 17만7000건으로 나타났다. 다른 성매개감염(STI)도 증가 추세다. 2021년 클라미디아가 160만건, 임질이 70만건 이상 보고됐다.

매독 감염 사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늘고 있었지만, 특히 최근 몇 년간 정기적인 예방 진료 감소, 원격 산전 진료 증가, 진료 시간 단축 등으로 상황이 악화됐을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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