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막힌 '실거주 의무 폐지'…입주 앞둔 청약당첨자 "답답"

백민정 2023. 11. 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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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규제지역이면서 과밀억제권역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은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8년에서 1년으로 줄어 올해 12월 16일부터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있다. 포레온 공사 현장. 뉴스1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느냐, 혹은 매수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하루 서너 통은 와요. 그런데 실거주 의무 폐지가 아직 안 돼서 방법이 없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요.”

분양권 전매제한 해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 주공)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 얘기다.
정부가 올해 1월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해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했지만, 함께 수반되어야 할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전매제한 완화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난 4월부터 실시 중이다. 수도권의 경우 공공택지와 강남3구, 용산구는 분양권 전매제한이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줄었고, 나머지 서울 전역 등은 전매제한이 1년으로 대폭 완화됐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는 관련 주택법 개정안이 9개월째 법안 심사 첫 관문인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다. 실거주 의무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이전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과 투기과열지구 내 공급한 주택 등에 대해 2~5년의 실거주 의무를 두면서 시작됐다. 2021년 2월 19일 이후 모집공고를 낸 아파트가 대상이다.

정부는 전매제한 완화 발표 때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 통과를 낙관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지지부진하면서 시장에선 수요자들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전매제한이 풀려도 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전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 주택법상 실거주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그나마 입주(2025년 1월)까지 1년 남짓 남았지만 서울 강동구 일대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강동헤리티지자이’ 등은 내년 상반기 입주한다.
강동 자이 입주를 앞둔 이모씨는 “전세를 놓아 그 돈으로 잔금을 납부할 계획인데 상황이 어찌될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첨자 김모씨는 “새 아파트는 전세를 놓을 생각으로 지금 사는 집의 전세계약을 연장했는데 실거주 의무가 폐지 안 되면 기존 전세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새 아파트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따르면 이처럼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아파트가 지난 4월 기준으로 총 66개 단지, 4만3786가구다.

정근영 디자이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실거주 의무 폐지가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올해 상반기 전세 사기 문제가 불거진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이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철근 누락 등 각종 현안이 겹치며 심사 순위가 뒤로 밀렸다.

국토위에는 현재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재초환) 개정안, 1기 신도시 관련 노후계획도시특별법 등도 계류돼 있다.

국토위는 오는 22일과 29일, 다음 달 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주요 현안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 폐지에 대해선 당내 의원들 의견도 조금씩 달라 당 차원의 결정도 필요하다”면서 “우선 국토위 소위 심사를 거치며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위 심사 뒤에도 국토위 전체회의→법제사법위원회 의결→본회의 상정 및 의결 과정을 거쳐야 연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 내년은 본격적인 총선 정국이라 논의 가능성이 희박하다. 연내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내년 5월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재초환 완화 개정안과 관련해선 재건축부담금이 면제되는 초과이익 기준과 부과율 구간 설정이 관건인데, 여야 간에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여지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 교수는 “실거주 의무가 폐지 안 되면 전매제한 완화는 수도권에선 무용지물”이라며 “법 개정도 확실치 않은데 정부가 중요 부동산 대책을 먼저 발표해 수요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이 아닌 민간주택까지 실거주 의무를 두는 건 과도한 규제인 만큼 야당에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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