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중국의 민주화와 체제전환 ‘X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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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연구에는 'X이벤트'라는 개념이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 수년간 집중해서 관찰하고 있는 분야가 중국의 민주화와 체제 전환 가능성이다.
리 전 총리의 사망은 중국의 민주화와 체제 전환으로 갈 수 있는 하나의 뇌관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뇌관이 등장할 수도 있다.
중국의 체제 전환과 민주화는 한반도에 엄청난 영향을 가져올 중요한 X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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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연구에는 ‘X이벤트’라는 개념이 있다. 발생 가능성도 작고 예측하기도 어렵지만, 실제 일어나면 커다란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는 사건을 의미한다. X이벤트의 대표적인 사례로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2001년 미국 911테러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 등이 있다. 이들 사건 모두 예측하지 못했으나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복잡계 과학자인 존 캐스티에 따르면 X이벤트는 경험적인 확률분포가 없으며 통계적으로도 예측할 수 없으나 어느 순간 임계점을 돌파할 경우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비록 통계적인 분석이나 예측은 어렵지만 X이벤트에는 다양한 징후들이 있다. 미래연구에서는 이러한 여러 징후를 탐색·분석하고, 그 가능성을 시나리오 형태로 제시한다.
필자가 소속된 카이스트(KAIST) 미래전략연구센터에서는 다양한 X이벤트를 연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 수년간 집중해서 관찰하고 있는 분야가 중국의 민주화와 체제 전환 가능성이다. 이미 이와 관련한 여러 징후가 관찰되고 있다.
그 첫 번째 징후는 중국경제가 장기침체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미국의 중국 제재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중국경제가 체제적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공산당 중심의 ‘톱다운’식 의사결정 구조로는 경제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부패’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두 번째 징후는 중국 인민들의 소득 증가이다. 2022년 기준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2000달러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근대 이후 어느 사회건 개인소득이 높아지면 시민들은 보다 많은 자유와 참여를 원했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욕구와 열망을 강력한 언론 및 사회 통제로 억누르고 있다. 세 번째 징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독재 체제 구축이다. 중국은 2018년 헌법을 개정해 주석의 임기를 없애버렸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 공산당 엘리트 집단 내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의 민주화와 체제 전환을 담지하는 ‘화약’은 충분히 쌓여가고 있다. 다만 이러한 화약을 민주화 운동과 체제 전환으로 폭발시킬 수 있는 ‘뇌관’이 무엇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중국당국의 봉쇄정책에 불만을 품은 중국 시민들이 자유, 민주, 인권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각지에서 시위에 나선 적이 있었다. 중국 공안의 강경한 진압으로 시위는 사그라들었으며 본격적인 민주화 운동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중국은 이미 천안문 사태로 알려진 격렬한 민주화 운동을 1989년에 경험한 적이 있다. 천안문 사태의 발단은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사망과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시위였다. 10월27일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가 급사했다. 리 전 총리를 추모하는 움직임이 중국 전역에서 일어났으나 아직까지 천안문 사태와 같은 대규모 시위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리 전 총리의 사망은 중국의 민주화와 체제 전환으로 갈 수 있는 하나의 뇌관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뇌관이 등장할 수도 있다.
중국의 체제 전환과 민주화는 한반도에 엄청난 영향을 가져올 중요한 X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시나리오와 전략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서용석 KAIST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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