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서 사라진 고가 명품백…수하물 운반자가 빼돌렸다

경찰이 압수한 명품가방 등 피해품. 연합뉴스

승객이 위탁 수하물로 맡긴 여행용 가방(캐리어)에서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빼내는 등 2년간 3억원이 넘는 금품을 훔친 항공사 하청업체 직원이 경찰에 구속됐다.

8일 인천공항경찰단은 상습절도 혐의로 모 항공사 하청업체 직원 A씨(41)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1년 11월부터 지난달 6일까지 인천공항 제1·2 여객터미널에서 승객들의 여행용 가방을 몰래 열어 3억7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년여 동안 200여차례나 범행을 저질렀다. 훔친 물품 중에는 귀금속과 현금뿐만 아니라 시가 4000만원짜리 명품 가방과 800만원짜리 명품 의류도 있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피해 승객으로부터 처음 신고를 접수했다. 유사 신고가 10여건이나 잇따르자 해당 항공사의 근무자 명단과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지난 4일 A씨를 긴급체포했으며, 그가 근무하는 사무실을 비롯해 집과 차량에서 훔친 물품들도 압수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항공사 하청업체에서 위탁 수하물을 기내 화물칸에 싣거나 내리는 일을 했다. 보통 작업할 때는 6명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 A씨는 여객기가 이륙하기 전 기내 화물칸에 승객들의 여행용 가방을 싣는 과정에서 동료들이 쉴 때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훔친 물품을 작업복으로 감싼 뒤 세탁물로 속여 인천공항 내 보호구역을 통과해 퇴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로 쓰기 위해 물건들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A씨가 훔친 물품 중 2억1000여만원어치는 피해자가 확인됐으나 나머지 1억5000만원어치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피해품의 주인들을 찾기 위해 신고 접수반(☎ 032-745-5752)을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A씨가 훔친 물품들을 인터넷으로 판매한 것으로 보고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유사 범행을 막기 위해 인천공항공사에 공항 하청업체의 근무 실태 감독과 보안 검색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승객들의 여행용 가방을 뒤지면서 티가 나지 않게 비싼 물품만 골라 한두 개씩 훔쳤다"며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도착한 뒤 어디서 물품을 잃어버렸는지 몰라 신고를 못 한 피해자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