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심장부 작전…하마스 최고 지도자 지하에 고립"

박소영 2023. 11. 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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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 북부 최대도시 가자시티를 완전히 포위하고 중심부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구체적인 작전 위치와 하마스 최고 지도자가 고립 상태임을 밝히면서 시가전 개시를 공식화했다. 가자시티 내 인명피해가 한층 커질 가능성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흘간의 휴전을 요구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지상 작전을 하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신화=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 지 11일 만에 하마스 거점으로 추정되는 가자시티 중심부까지 진격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가자시티는 포위됐고, 우리 군이 그 안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하마스가 결코 도달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을 지점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보다 구체적으로 "이스라엘군이 도보 혹은 장갑차·전차 등을 타고 진입해 지금 가자시티의 심장부에서 올가미를 조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가자지구에 투입된 군부대의 정확한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날 총리와 국방장관이 동시에 가자시티 내부에서 작전이 진행 중이라고 확인한 것이다. 이스라엘 보안 소식통은 지하터널을 무력화하는 데 집중했던 이스라엘군이 이제 지상전의 다음 단계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시가전이 개시됐다는 의미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도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내 알샤티 난민촌, 알쿠드스 병원 인근 등에서 하마스 등과 교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차준홍 기자

갈란트 장관은 하마스 최고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가 고립 상태라고 전하면서 하마스의 턱밑까지 도달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신와르는 지하터널에 숨어있으며,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아 (하마스의) 명령 체계가 약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와르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 민간인 1400여명을 살해한 기습 공격을 총 기획한 인물로, 네타냐후 총리는 ‘리틀 히틀러’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날 하마스 측은 신와르의 신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하마스 대원들이 지하터널을 이용해 이스라엘군 전차 등을 매복 공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준홍 기자

BBC는 가자시티를 포위한 이스라엘군이 시가전을 개시했다고 해서 곧 하마스가 완전히 붕괴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47㎢) 면적과 비슷한 가자시티(45㎢)는 하마스의 거대한 요새나 마찬가지다. 하마스는 병원·학교 등의 지하에 깊이 최대 80m, 수백㎞ 길이의 터널을 만들어 무기창고·통신실 등을 마련했다. 터널에 은신한 이들을 섬멸하는 데는 최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도 이날 "우리는 이번 작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전쟁은 길어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지난 한 달 동안의 공습과 지상 작전을 통해 하마스 주요 지휘관들을 상당히 많이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의 병력은 약 3만명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개시 후 31명이 사망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8일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자지구 북부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7일 수레를 타거나 도보로 가자지구 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가자시티에서 시가전이 시작돼 민간인과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에 대한 안전 우려가 한층 커지면서 국제사회에선 긴급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인질 석방을 위해 하마스와의 교전을 3일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억류된 인질 240여명을 모두 풀어주지 않는 한 휴전도, 연료 반입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멈추지 않고, 하마스의 군사력과 통치 능력을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가리 소장도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은 스스로 휴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휴전은 없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내 민간인에 재차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했다. BBC에 따르면 이곳에는 아직 민간인 약 50만명이 남아있다. 가자지구 남쪽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도 이어지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남부 칸 유니스와 라파 등에 공습해 최소 2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새벽 공세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 지구에서 숨진 이들의 수가 1만명이 넘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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