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대체·트리플플레이→결승타 MVP, '반전에 반전에 반전’ 문상철의 마법
윤승재 2023. 11. 8. 15:17
KT 위즈 타자 문상철은 지난 7일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역적’이 될뻔했다. 1-2로 끌려가던 4회 무사 1·2루 역전 기회에서 문상철이 배트를 눕혀 기습 번트를 감행했다. 결과는 트리플플레이. 문상철의 번트 타구는 힘없이 투수 앞으로 굴러갔고, 3루로 뛰던 2루 주자에 이어 자신도 1루에서 잡혔다. 이때 2루에 이어 3루까지 노리던 1루 주자도 3루에서 아웃됐다.
41년 KS 역사상 한 번밖에 없었던 삼중살 수비가 나왔다. 문상철이 굴욕의 기록 두 번째 주인공이 됐다. 벤치의 사인이 아니라 문상철의 단독 판단이었다.
하지만 문상철은 반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이후 두 타석에서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던 그는 9회 초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LG의 마무리이자 국가대표 클로저 고우석을 상대로 역전 적시타를 때려낸 것이다. 2사 1루 상황에서 문상철은 고우석의 6구(133㎞/h 커브)를 받아쳐 왼쪽 펜스 상단을 맞히는 2루타로 연결했다. 그 사이 1루 주자 배정대가 홈을 밟았고, 문상철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결자해지였다.
문상철의 반전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처음이 아니었다. 애초 문상철은 포스트시즌(PS) 엔트리 합류도 불투명했던 선수였다. 1루엔 박병호가 버티고 있고, 외야는 앤서니 알포드-배정대-조용호 등으로 꽉 차 있었다. 지명타자는 강백호의 몫이었다. 문상철이 엔트리에 합류해도 선발보다 대타 역할을 맡을 것이 자명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PO) 직전 강백호가 오른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문상철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주전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섰다.
두 번째 반전은 ‘홈런’이었다. KT는 PO 1·2차전을 내리 패했다. 3차전도 겨우 이겼다. 오랜 휴식기 때문에 타자들의 타격감이 뚝 떨어진 탓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 문상철은 홈런 두 방을 쏘아 올리며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1차전 추격의 솔로포로 팀에 희망을 안겼고, 3차전에선 쐐기포를 쏘아 올리며 타선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KS 1차전에선 펜스 상단을 때리는 홈런성 타구까지 날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렇게 한 방이 있는 문상철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바로 ‘번트’였다. 문상철은 PO 2차전에서도 번트 아픔을 겪은 바 있다. 2-3으로 추격하던 9회 무사 1·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그는 번트를 시도하다 2스트라이크에 몰려 삼진, KT의 흐름을 끓어낸 바 있다. 당시는 벤치의 작전이었는데, 이강철 KT 감독은 “문상철이 중장거리 타자지만 번트도 잘 댄다”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PO 3차전에 이어 KS 1차전까지 번트를 대는 족족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세 번째 반전을 선사했다. 3차전 번트 실패로 무너질 뻔한 그는 속죄의 쐐기포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KS 1차전에선 결승타로 트리플플레이의 아픔을 씻어냈다.
'반전의 사나이'가 된 문상철은 KS 1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역대 40번의 KS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한 것은 무승부로 끝난 1982년을 제외하고 29차례로 확률이 74.4%에 달한다. 1차전 후 문상철은 “내가 잘하면서 팀이 이기면 좋겠지만, (내 활약과 관계없이) 오로지 승리 하나만 보고 있다"면서 "못하더라도 열심히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개인이 잘하는 거도 좋지만 이기는 게 우선”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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