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에 걸린 뜻밖 월척…'마약주사기 60개' DNA, 조폭이었다
2021년 11월 부산 연안여객부두 앞바다. 한 낚시꾼이 드리운 바늘에 시커먼 물체가 딸려 올라왔다. 낚시꾼은 문어를 낚은 것으로 기대했지만, 걸려든 건 밀봉된 비닐봉지였다. 봉투 곳곳을 뚫고 나온 뾰족한 바늘을 수상하게 여긴 그는 곧장 봉투를 풀어헤쳤다. 안에선 주사기 60여개가 나왔다. 이 중엔 핏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선명한 주삿바늘도 보였다. 낚시꾼은 “범죄에 사용된 거로 의심된다”고 해경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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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따 잡은 그놈, 조폭이었다
투약에 쓰인 주사기를 바다에 버리면 훼손이 심해 추적 단서가 되지 못할 때도 잦다. 실제로 부산에선 2019년 6월 무렵 해운대 청사포 자갈밭에서 버려진 주사기 수백개가 발견되며 부산 앞바다 ‘선상 환각 파티’ 등 의혹을 낳았다. 하지만 수사는 진척되지 못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원에 주사기를 맡겼지만, 마약인 필로폰 성분만 확인됐을 뿐 DNA는 훼손돼 실마리가 끊겼기 때문이다.
이번엔 달랐다. 남해해양경찰청은 국과수 의뢰를 통해 일부 주사에서 DNA 정보를 확보했고, 이를 기존 마약 전과자 정보와 대조한 결과 50대 남성 A씨 등 2명을 특정했다. 수사가 시작된 지 6개월 만인 지난해 5월 해경은 A씨 등 2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 구속했다. 투약 사범인 A씨를 검거한 해경은 그의 ‘전력’에 주목했다. 그는 부산 사하구 일대에서 주로 활동하던 폭력조직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마약 투약자를 배척하는 조직의 불문율에 따라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여전히 조직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해경은 전했다.
조직 추적하자 판매총책 등 21명 줄줄이
해경은 A씨가 공급받은 마약에 조폭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의심했고, 추적 끝에 그가 몸담았던 조직 부두목급인 B씨(50대)와 조직원 C씨(50대)가 마약 유통책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또 다른 폭력조직 일원으로 일대 마약 유통총책 노릇을 하던 D씨(40대) 또한 해경에 덜미가 잡혔다. 해경에 따르면 유통책인 두 사람은 마약을 구하려는 이들과 접촉해 마약을 공급하고, 유통총책인 D씨는 해외에 있는 윗선에게 마약을 넘겨받아 국내 유통책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들 3명은 투약자인 A씨 등이 검거된 지 1년여 만인 지난 6월 붙잡혀 모두 구속됐다.
김인호 남해해경청 마약수사대 반장은 “이들은 2021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주로 동남아에서 들어온 필로폰 등을 부산 일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해외에 있는 상선을 뒤쫓고 있다”고 했다. 해경에 따르면 B씨 등으로부터 마약을 사들여 투약한 사범 등 이번 사건으로 모두 21명이 붙잡혀 16명이 구속됐다. 불구속 상태로 송치된 이들 또한 모두 구속 사유에 해당하나, 다른 마약범죄로 이미 구속돼있어 따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는 않았다고 해경은 밝혔다.
“선원들도 약” 소문, 잡고 보니 기초수급자도
남해해경청은 지난 3월엔 선원들 사이에서 태국 등 동남아에서 공급된 필로폰과 대마가 유행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해왔다. 해경은 어장 관리선 선장으로 필로폰을 투약한 50대 남성 E씨를 지난 6월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판매ㆍ알선책으로 역할을 한 선원과 택시기사, 자영업자를 포함해 투약 사범 등 모두 17명을 검거했다.
투약 사범 중엔 폭력조직 조직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도 포함됐다. 수급자들은 정부에서 받은 돈을 마약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해해경청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마약 출처는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권이었다. 마약 유입이 늘어나면서 조폭이나 선원은 물론 평범한 대학생이나 직장인에게까지 침투한 것으로 보여 해외 공급책을 쫓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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