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보다 연기력으로... '정신병동에...' 달라진 박보영

김종성 2023. 11. 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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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정신병동에 아침이 와요> 에서 다은 역 맡은 배우 박보영

[김종성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관련 이미지.
ⓒ 넷플릭스
 
박보영이 달라졌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박보영이 맞나 싶다. '뽀블리'로 불리던 시절의 그가 아니다. 여전히 러블리한 건 맞지만, 그 이미지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힘이 생겼다고 할까. 아니, 애초에 내재되어 있던 힘을 이제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게 됐다고 하는 게 맞겠다. 자신의 능력을 깨달은 자의 여유일까. 연기는 더욱 깊고 섬세해졌다. 게다가 탄력을 받아 기세도 올랐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영탁(이병헌)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꿋꿋하게 지키는 명화(박보영)의 눈빛이 아직까지 쉬이 잊히지 않는다. 명화는 재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이기심을 드러내는 사람들 틈에서 유일하게 이타적이다. 자칫 설득력 없는 캐릭터일 수 있었지만, 박보영은 명화를 호소력 있게 그려냈다. 다만, 스크린 속 화장기 없는 민낯에 웃음기 없는 박보영이 좀 낯설었다.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박보영은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을 통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노래하고 싶은 열망이 있는 미혼모 정남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아들을 잃어버린 후 울부짖는 감정연기가 관객의 심금을 울렸는데, 박보영은 '과속스캔들'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예상 등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이대로 탄탄대로가 열릴 거라 생각했지만, 소속사 갈등으로 본의 아니게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하지만 박보영은 2012년 영화 '늑대소년'으로 완벽히 재기했다. 이번에도 확실히 뇌리에 남는 장면을 남겼는데, 한사코 숲을 떠나지 않으려는 늑대소년(송중기)을 순이(박보영)가 억지로 밀어내는 장면이다. 박보영은 따뜻히고 감성적이면서도 강단있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또 하나의 흥행작으로 전성기를 열어젖힐 거라 예상됐지만, 박보영은 또 다시 부침을 겪었다. 당시 가장 주목받는 20대 배우로 자리매김하며 영화 '피끓는 청춘'(2014),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2015)' 등에 출연했으나 흥행에 실패했다. 영화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신 박보영의 전환점은 드라마, tvN '오 나의 귀신님'이었다(최고 시청률 7.337%).

박보영은 소심한 빙의녀 봉선과 음탕한 처녀귀신을 1인 2역으로 소화하며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기존의 귀여운 이미지에 사랑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뽀블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여세를 몰아 JTBC '힘쎈 여자 도봉순'에서 또 한번 대박을 쳤다(최고 시청률 9.668%). 독특한 소재, B급 코미디, 여성 타이틀롤 등으로 편성조차 쉽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박보영의 저력을 알 수 있다. 

애석하게도 박보영은 또 한번의 과도기를 겪는다. 영화 '너의 결혼식(2018)'로 정통 멜로 연기도 가능하다는 걸 알렸지만, tvN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2021)'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 즈음 박보영의 고민도 깊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뽀블리'의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것만으로 30대 이후의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가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보영이 고심 끝에 선택한 작품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건 굉장히 의외였다. 그동안 대중에게 밝고 통통 튀는 모습으로 다가갔던 그였기에 일종의 배신과도 같았다. 이에 대해 박보영은 "모두가 내게 바라는 이미지를 변주해 새로이 스며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배우의 (성공적인) 변신은 '무죄'이기에 이 선택은 오히려 유쾌한 것이었다. 이런 뒤통수는 몇 번이고 맞아도 반갑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관련 이미지.
ⓒ 넷플릭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도 흥미롭다. 박보영이 연기한 다은은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3년차 간호사이다. 사회생활에 조금 서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환자를 배려하는 인물이다. 과장되지 않고 현실감 있는 캐릭터이다. 역시 기존에 박보영이 갖고 있던 이미지와 결이 다르다. 

다은은 정신병동 안에서 조울증, 우울증, 공황장애, 망상장애 등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며 여러 고충을 겪는다.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음의 병을 인지하게 된다. 박보영은 다은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시청자들을 극 속으로 몰입시킨다. 캐릭터에 의존하지 않고 연기력으로 승부했다. 박보영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배우 박보영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대중이 바라는 이미지와 자신의 지향점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도 역력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박보영은 자신만의 답을 찾아냈고, 연기력을 통해 그 답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으로 찾아올지, 배우 박보영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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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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