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내내 박스오피스 1위…‘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프로듀서의 답변은
" 에너지와 그로테스크, 여러 면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내 영화적 멘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도 기대 (‘명량’ 김한민 감독) "
" 내 영화와 포스터가 나란히 걸리는 것만도 영광. 미야자키 감독이 정정하게 활동해 함께 개봉할 수 있어 좋다 (‘곤지암’ 정범식 감독) "
‘감독들의 감독’이다. 최근 만난 감독들은 온통 미야자키 하야오(82)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얘기였다. 첫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 앤드 크레딧에 "감사한 분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이라고 적은 김한민 감독도, 비슷한 시기 신작 '뉴노멀'을 내놓은 정범식 감독도 그랬다.
콘셉트 스케치로 만든 포스터 한장만 내놓고 개봉한 일본에서처럼, 국내에서도 시사회 없이 지난달 25일 바로 상영했다. 사전 정보 없이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첫날 25만 관객이 몰렸다. “난해하다” “배경이 태평양 전쟁이라 불편하다”는 반응에도 7일까지 153만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2주 내내 박스 오피스 1위를 지키며 ‘벼랑 위의 포뇨’(151만)를 넘어 스튜디오 지브리 역대 흥행 3위를 기록하고 있다. 1ㆍ2위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261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16만)이다.
어두운 내면의 소년이 이끌어가는 이번 작품에 미야자키 감독은 "어리석고 악의에 찬 세상일지라도 친구를 만들며 살아가라. 너만의 탑을 쌓아라"는 격려를 담았다. 반전(反戰)·반파시즘적 세계관을 그렸다. 공습으로 병원이 화염에 휩싸이고, 시골길을 달리는 증기 기관차가 연기를 내뿜고, 생명 탄생을 상징하는 존재 ‘와라와라’가 별이 총총한 하늘로 일제히 날아오른다. 움직임 없는 장면이 없다 싶을 만큼 장대한 손 그림의 향연도 극장 상영을 놓치기 싫은 요인이다.
스튜디오 지브리 프로듀서 스즈키 도시오(75) 대표가 국내 관객들의 궁금증에 서면 답변했다. 7년에 걸친 수작업에 대해 “대단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관객이 즐거울 만한 걸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했고, 그러려면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Q : 영화의 테마는.
A :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진정한 친구를 발견하는 것.”
Q : 요시부 겐자부로의 동명 소설에서 제목을 따왔지만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겼다.
A : “(주인공) 마히토는 굉장히 어두운 면이 있는 소년인데, 감독 본인의 어린 시절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무게와 진중함을 위해 필요한 제목이었다.”
Q : 감독의 주변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A :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감독 자신, 자신이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왔는 지에 대한 부분일 것. 중요한 인물인 큰할아버지로 (애니메이션의 길로 이끈)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 그리고 왜가리는 나 스즈키다. 마히토와 왜가리가 나란히 앉아 얘기하는 장면은 우리 둘이 나눈 얘기를 세밀하게 표현했기에 감동했다”
Q : 음악은 히사이시 조, 요네즈 겐시가 작업했다.
A : “히사이시 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 이후 계속 맡아왔기 때문에. 요네즈 겐시는 내가 제안했는데, 4년에 걸쳐 주제곡을 만들었다.”
스즈키 대표는 애니메이션 전문 잡지 ‘아니메쥬’ 편집부 시절인 1981년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연재를 의뢰하면서 미야자키 감독과의 처음 작업하게 된다. 이후 1989년 미야자키 감독의 권유로 스튜디오 지브리에 합류, ‘붉은 돼지’ ‘모노노케 히메’ 등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관객들이 가장 당황한 부분은 아내를 잃은 마히토의 아버지가 처제와 결혼하는 것. 이와 관련한 추가 질문에 스튜디오 지브리 측은 “과거 일본에서는 전쟁이나 병으로 부부 중 한 명이 일찍 죽는 경우, 고인의 남매와 재혼하는 경우가 흔했다”고 덧붙였다. 작품 속 새들에 대해 "새는 식욕ㆍ생존욕에 충실하게 사는 생물로 앵무새의 경우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인간 군상을 비유한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큰할아버지는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 앵무새는 인간 군상’ 하는 식으로 퍼즐 풀듯 보기보다는 지향점만 공유하고 장면 장면을 즐긴다면 노장의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작품을 더 누릴 수 있을 터. 그는 아동문학에 대해 “‘태어나길 잘했구나’라고 말하는 문학. 살아 있길 잘했구나, 살아도 돼 하는 식으로 아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미야자키 하야오, 『책으로 가는 문』)이라고 쓴 바 있다. 이것은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또 그의 애니메이션에서 위로받는 어른들에게도, 여전히 하고픈 얘기가 남아 은퇴하지 못한 감독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얘기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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