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또 올렸는데 전망은 암울…혼돈의 시멘트주
[한국경제TV 방서후 기자]
<앵커>
이번달부터 주요 시멘트사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립니다. 최근 2년간 네 번째 이뤄진 가격 인상입니다.
보통 시멘트값을 올리면 호재로 여겨지는데, 어째선지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속사정을 취재기자와 알아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먼저 시멘트사들의 가격 인상 내용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지난달부터 가격을 올린 업계 1위 쌍용C&E를 시작으로 한일·한일현대시멘트, 성신양회, 삼표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시멘트 업체들이 이달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합니다.
업체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톤당 11만2천원 수준이고요, 인상률로 보면 6%대 입니다.
이번 가격 인상을 두고 업계는 일단은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입니다.
가뜩이나 늘어나는 원가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현재 시멘트 업계는 원가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전기요금이 오르고 환경부 방침에 따라 설치해야 하는 질소산화물 방지시설(SCR) 투자비 등으로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왜 울상입니까?
<기자>
우선 올리고 싶은 만큼 올리지 못했고, 협상이 늦어지면서 가격 인상 효과가 반감됐기 때문입니다.
당초 시멘트 업체들은 시멘트 가격 인상 폭을 10% 수준으로 잡았을 뿐 아니라, 인상 시기도 지난 7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정부의 중재 아래 레미콘·건설업계와의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결국 인상 폭은 6%대로 축소됐습니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인상 시기마저 석달 가량 밀렸습니다.
가격을 올리긴 했지만 올해는 벌써 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컸고,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입을 모읍니다.
<앵커>
또 어떤 시련이 시멘트 업체들을 기다리고 있나요?
<기자>
시멘트 업계의 호재가 가격 인상이라면 악재는 출하 감소입니다.
사실 시멘트 출하 감소는 올해부터 점쳐졌었는데요.
지난해 공사가 지연된 건설 현장들이 올해 몰아서 진행됐고,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레미콘 내 시멘트 배합 비율이 상향되면서 예상 외로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4분기부터는 착공 면적이 줄어든 데 따른 수요 감소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35㎢에 달하던 건축착공면적은 지난해 111㎢로 18% 감소했고, 올해는 거기서 또 반토막이 났습니다.
올해 9월까지 집계된 착공 면적이라고는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2009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보고 있고요.
건축 인허가 이후 착공까지 1년 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착공 면적 감소는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시멘트 출하 감소폭도 클 전망입니다.
따라서 증권가에서는 시멘트 업체들의 실적에 대해 3분기를 정점으로 4분기부터는 하향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어쨌든 시멘트 가격은 올랐습니다.
건설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궁금한데요.
<기자>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은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로 넘어 갔습니다.
레미콘 원료 가격인 시멘트 가격이 올랐으니, 이제 레미콘 가격 인상을 두고 레미콘과 건설업계가 싸울 차례입니다.
레미콘업계에서는 시멘트 가격 인상에 더해 유가 상승에 따른 운반비 증가 카드를 들고 협상에 나설 전망입니다.
건설업계는 시멘트에 이은 레미콘 가격 인상 요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만큼 가격 인상폭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통상 레미콘과 건설업계의 협상은 연간 1회 이뤄집니다. 시멘트 가격 인상이 이뤄진 뒤 해당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단가를 조절하는데요.
올해는 이미 연초에 협상이 진행된 만큼 두번째 협상이 불가피한데, 빠르면 이달부터 협상 테이블이 차려질 전망입니다.
협상이 길어질 수록 중소업체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레미콘업계는 건설업계에 한시라도 빨리 협상에 응해달라 요청하고 있습니다.
현재 건설업계 매출 원가율이 95%까지 치솟은 상황입니다. 지금도 100원 벌면 95원이 원가로 나간다는 소린데, 분양가 인상은 사실상 정해진 수순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방서후 기자 shb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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