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훈, 카벤 상대 성과급 600억 소송…法 "말은 맞지만" 패소 판결
임지훈(43) 전 카카오 대표가 ‘성과급 600억원을 달라’며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부장판사 이원석)는 8일 오전 열린 선고기일에서 임 전 대표가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 비용도 임 전 대표가 부담한다.
두나무 초기투자로 대박… 카벤 3000억원 수익
IT 투자전문가인 임지훈 전 대표는 2012년 카카오벤처스(당시 케이큐브벤처스) 초대 대표, 2015년 카카오 대표를 맡았다. 그는 카카오벤처스 대표로 취임한 뒤 115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해 2013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투자했다.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10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함에 따라 이 사모펀드 역시 1조원 이상 규모로 덩치가 커졌다. 사모펀드가 2021년 12월 청산되면서 결과적으로 카카오벤처스에 약 3000억원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대표는 카카오벤처스 재직시절인 2015년 1월 ‘성과급 70%’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가, 2015년 9월 카카오 대표로 옮긴 뒤 같은 해 12월에 성과급의 크기를 ‘70%’에서 ‘44%’로 낮추되, ‘직무수행 기간 중 전액 지급한다’는 조항을 배제한 내용으로 계약을 변경했다. 일반적으로 IT투자업계에서는 퇴사한 사람에게는 별도의 성과급을 주지 않고, 재직 중에만 준다는 취지의 이른바 직무수행 기간 조항을 두는데, 임 전 대표는 그 조항을 제외하는 예외를 둔 것이다.
임 전 대표가 2018년 3월 대표에서 고문으로 물러나고, 2020년 6월 카카오를 완전히 퇴직하면서 과거에 맺어둔 성과급 계약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카카오벤처스가 성과급 지급을 거부하자, 임 전 대표는 카카오벤처스와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을 상대로 성과급을 달라고 지난해 3월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쟁점은 2015년 9월 계약서에서 ‘직무수행 기간’ 조항을 배제한 것에 대한 해석이었다. 임 전 대표 측은 카카오벤처스에서 도중에 카카오로 자리를 옮겼지만 “근무 기간과 무관하게 카카오벤처스에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이 있어 성과급을 줘야한다”고 본 반면, 카카오벤처스 측은 “직무수행 기간 조항은 유효하다. 임 전 대표가 카카오벤처스에서 최소 근무 기간 4년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지급조건이 안 된다”고 반대로 해석했다.
이 소송은 소송자체로도, IT투자업계에 대한 파급력 면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역대 최대 규모 성과급인 600억원을 청구해 법원에 낸 인지액만해도 2억 2488만원에 달했고, 카카오벤처스 측은 민일영 전 대법관을 포함한 세종‧김앤장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다만 임 전 대표가 김범수 의장을 상대로 낸 소송은 중간에 취하해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한 재판만 진행됐다. 임 전 대표가 승소할 경우 퇴사한 투자심사 담당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선례가 만들어지는 셈이라 벤처투자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法 “임지훈 말이 맞지만, 주총 안 거쳐 효력없어”
재판부는 “성과보수 변경계약의 해석은 ‘직무 수행기간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며 임 전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만 “그와 같은 변경계약이 유효하기 위해선 주주총회의 결의가 필요한데, 주총 결의를 받은 바 없어 결국 계약은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최종적으로 카카오벤처스의 손을 들어줬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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