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민간인 신음에 쪼개지는 미국…시위대 충돌로 사망자 발생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전 확대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이 친이스라엘과 친팔레스타인으로 갈리는 가운데 미국 내 양 진영 간 대립과 갈등도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위대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 간 충돌이 벌어져 60대 유대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주 벤투라 카운티의 짐 프라이호프 보안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이틀 전 사우전드 오크스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서 벌어진 유대인 폴 케슬러(69) 사망 사건의 용의자로 50세 남성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5일 오후 3시 20분쯤 이스라엘 지지 시위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던 사우전드 오크스 대로변에서 폭행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머리를 다쳐 바닥에 누워 있는 케슬러를 발견했다. 현장 주변에 있던 용의자는 케슬러와 다툼이 있었으며 자신이 그의 치료를 요청하기 위해 911에 신고했다고 말했다고 프라이호프 보안관이 전했다. 케슬러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숨졌다.
한 목격자는 케슬러가 반대 쪽 시위대와 몸싸움을 벌이다 뒤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이와 다른 진술도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케슬러 측 시위대의 한 목격자는 지역 방송 ABC7 인터뷰에서 “양쪽이 서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한 남자(가해자)가 확성기를 들고 케슬러를 때렸고 케슬러가 쓰러졌다”고 말했다.
당국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난달 7일 이후 한 달 동안 카운티 내에서 21건의 관련 시위가 있었다. 시위대 간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내 유대인을 타깃으로 한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7일 애리조나주에선 한 유대인 랍비에게 유대인 처형을 협박하는 이메일을 보낸 혐의로 50세 남성이 체포됐다.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34세 여성이 이스라엘 학교를 공격하기 위해 차를 몰고 한 건물에 돌진한 혐의로 지난 3일 체포됐다. 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뉴스를 보다 더는 숨을 쉴 수 없어 그랬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고 한다.
미 대학가에서도 친이스라엘, 친팔레스타인 세력 간 증오범죄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아랍계 무슬림 학생을 일부러 차로 치고 달아나는 뺑소니 사건이 발생했다.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 발발 후 이 대학교에서는 최소 5건의 증오범죄로 추정되는 사건이 벌어져 당국이 조사 중이다.
지난달 31일 미 코넬대에서는 캠퍼스 내 유대인 율법을 따르는 식당에 총을 쏘겠다는 위협 글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학생이 체포됐다. 지난달 11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는 이스라엘 지지 포스터를 붙인 이스라엘 학생이 막대기로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분쟁을 둘러싼 미국 내 분열은 미국의 대외 정책을 주관하는 국무부에서도 나타났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입수한 국무부 내부 메모에 따르면, 최근 국무부 직원 일부가 이스라엘의 자위권은 인정하지만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민간인 인명 피해 규모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번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과 관련된 미국의 대응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이 아닌 ‘휴전’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인 상당수는 이스라엘을 지지하지만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 확대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지지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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