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전쟁, 북핵, 미·중 경쟁…산적한 난제 속 방한 美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8일 오후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일부터 이스라엘·요르단·이라크·튀르키예 등을 방문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중동 지역의 혼란을 조정·조율하고, 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를 끝마치자마자 한국행을 택했다. 숨 돌릴 틈 없는 현안과 돌발 변수로 국제정세의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대륙을 넘나들며 외교적 해법 도출에 여념이 없는 블링컨 장관이 한국을 찾는 건 동선 자체로 주는 의미가 크다. 그만큼 미국이 한·미 동맹에 쏟는 열정과 노력이 크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중동 순방을 마친 직후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는 배경에 대해 “우리가 가자지구 위기에 집중하는 상황에서도 국익 증진을 위해 인도·태평양과 다른 지역에 관여하고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방한 이튿날인 9일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한다. 오는 9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곧장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한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조 실장과 블링컨 장관은 각기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하며 카운터파트로 인연을 쌓은 사이다. 블링컨 장관이 한국을 방문하는 건 2021년 3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대통령·국가안보실장·외교부 장관 등 한국 외교·안보를 책임지는 최고위급 인사들의 일정을 블링컨 장관의 방한에 맞춰 조율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미 국무장관의 첫 방한인 데다, 미국이 맞닥뜨린 고난도의 외교·안보 과제 속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점인 만큼 블링컨 장관의 방한 일정을 우선적으로 배려해 미 측과 조율했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블링컨 장관은 지금 매일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쓰고 있을 만큼 미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을 방문하는 건 한·미 동맹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의 최우선 순위란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과 중동 정세의 대혼란 ▶남중국해 및 대만 해협에서 중국발 긴장 고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북·러 무기거래 등 다양한 외교·안보 위협을 다루고 있다. 어느 하나 손쉬운 과제가 없고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며 국제사회 전체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이달 중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일정을 막판 조율하고 있다.
일각에선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한 자체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및 북·러 군사협력 움직임을 겨냥한 미국의 경고 메시지란 분석도 나온다. 중동 지역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악용해 북한이 핵 야욕을 보여주는 고강도 도발을 감행하거나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군사 협력에 나서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한국을 방문했다는 의미다. 실제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1일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러시아에서 기술 자문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3차 위성 발사의) 성공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군사정찰위성을 시험 발사하거나 핵실험에 나서는 상황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중동 상황을 억제하기 위해 보낸 전략자산들을 대거 조정해야 하는 데다 자칫 국제사회의 안보와 평화를 지키겠다는 미국의 패권 자체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9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선 북한의 위성 발사 동향 등을 공유하고 북·러 협력 움직임을 둘러싼 동맹 차원의 대응법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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