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다 됐네' 절뚝이며 혼신투, "아파도 참고 던지자는 생각만, KT 응원밖에 안 들려"
윤승재 2023. 11. 8. 11:13
“아파도 참고 던져라, 정신 붙잡고 투구하려고 했죠.”
7일 한국시리즈(KS) 1차전이 끝나고 만난 박영현(KT 위즈)의 다리에는 얼음 주머니가 칭칭 감겨 있었다.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빠르게 이동해야 했지만, 그의 오른쪽 다리가 절뚝이고 있었다. 하지만 박영현은 미소를 잃지 않고 “괜찮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버스로 이동했다.
이날 박영현은 어색하지만 익숙한 마운드에 올랐다. 3-2로 앞선 9회 말, 팀의 1점 차 리드를 막아내야 하는 세이브 상황에 오른 것. 마무리 김재윤이 있었지만, 몸을 먼저 풀었던 박영현이 9회 마운드를 책임졌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PO)에서 세이브를 올려 역대 포스트시즌(PS) 최연소 세이브(19세 6일)의 주인공이 됐던 그는 첫 한국시리즈에서도 마무리 역할을 맡아 힘차게 공을 던졌다. 그의 우상인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을 따라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되고 싶다”던 그가 KS에서 새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첫 타자부터 쉽지 않았다. 문성주의 강한 타구에 오른쪽 정강이를 맞는 아찔한 상황을 맞은 것. 그러나 박영현은 고통도 잊은 채 타구 방향을 쫓았다. 그리고는 1루 가까이 다가가 주자 문성주를 직접 태그해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그제서야 고통을 느낀 박영현은 잠시 주춤했지만, 다가오는 트레이너 코치들을 향해 괜찮다는 수신호를 했다. 이후 몇 차례 연습 투구를 진행한 박영현은 재개된 경기에서 두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세이브를 올렸다.
경기 후 타구 강타 당시를 회상한 박영현은 “공밖에 안 보였고, 무조건 잡아서 반드시 내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이 원바운드 되고 바로 맞아서 아팠다. 그래도 공만 보고 쫓아갔다. 이후엔 ‘아파도 참고 던져라’는 말만 계속 떠올랐고, 정신 붙잡고 투구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고통 참고 던진 혼신의 역투. 그 결과 박영현은 팀에 귀중한 첫 승을 안겼다. 포수 장성우는 “박영현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뒤로 구위가 살짝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점점 더 좋아지고 있더라. (박)영현과 (손)동현이가 3이닝을 잘 막아준 덕분에 첫 승을 챙길 수 있었다. 영현이에게 고맙다”라며 박영현을 칭찬하기도 했다.
박영현 자신도 KS 첫 세이브를 올리는 감격을 맛봤다. 그는 “지난해 세이브는 준플레이오프에 만든 것이었고 이번엔 한국시리즈였다. '똑같이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행복하다”라며 활짝 웃었다.
정강이 상태는 괜찮을까. 하지만 박영현은 “다음 경기도 당연히 등판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팀 승리를 위해서는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 아파도 참고 이겨낼 것이다. 모든 경기에 다 나갈 수 있다. 반드시 막아내겠다”라며 팀 승리를 위한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잠실 야구장은 일찌감치 2만3750석이 모두 매진됐다. 29년 만의 우승을 원하는 LG팬들로 가득했고, 3루 원정석에도 마찬가지였다. 박영현을 비롯한 KT 선수들은 일방적인 응원과도 싸워야 했다. 하지만 박영현은 "KT 팬분들 목소리밖에 안 들렸다. 많이 찾아와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이길 수 있었다"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3·4차전 홈경기 땐 더 많은 팬분들이 오실 것이다. 그러면 더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승리로 장식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잠실=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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