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80개로 시작해 25배 성장…서울카페쇼의 성공 비결은 [쿠킹]
특정 업종의 경기 전망이 궁금할 때 제일 먼저 찾아야 하는 곳이 있다. 관련 업종의 전시회다. 실제로 전시박람회는 규모의 변화에 따라 해당 업종의 경기를 예측할 수 있어, 경기선행지수로도 여겨진다. 한국 커피 시장의 성장과 함께해온 '서울카페쇼'만 봐도 알 수 있다. 2002년 부스 80개의 소규모 커피 전시회로 시작한 서울카페쇼는 올해 11월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관에서 열린다. 부스는 2000개로, 규모가 25배나 늘었다. 특히 36개국에서 675개사가 참가하는 등 국제적인 커피 박람회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22년간 서울카페쇼를 이끌어온 신현대(54) 엑스포럼 대표를 2일 서울 신천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은 성인 한사람이 1년 동안 마시는 커피 소비량이 367잔으로,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만큼 커피 사랑이 대단하다. 하지만 신 대표는 “처음 카페쇼를 시작한 20여년 전엔 한국에서 커피 관련 전시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고 회상한다. 2000년 무렵,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F&B 전시회를 찾았는데 당시 커피관에 몰려있는 수많은 인파와 다양한 커피 관련 제품을 보고 놀랐다. 꼼꼼히 둘러보는 신 대표에게 현지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날이 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제 규모의 행사로 키우기 위해, 신 대표는 커피 업계 리더가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라도 찾아갔다. 그렇게 쌓은 인맥은 카페쇼가 국제적 행사로 발돋움하는 원동력이 됐다. 2012년부터 커피 업계의 글로벌 인사를 초청하는 ‘월드 커피 리더스 포럼(WCLF)’을 개최한 데 이어, 2017년엔 커피인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World Barista Championship)’ 대회를 유치하며 세계의 시선을 서울에 집중시켰다. 그는 “이제는 브라질의 원두 농장에 가서 ‘서울카페쇼’를 말하면 바로 알 정도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고 말한다. 다음은 신 대표와의 일문일답.
Q : 한국의 커피 전시회가 세계적 행사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은.
A : 세계 커피 업계는 정밀하게 얽혀있어서 관계가 중요하다. 아시아에 커피 전시회가 거의 없던 시절부터 행사를 연 선두주자였기에, 일찍부터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등 글로벌 협회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신뢰가 쌓이면서 세계적 연사를 초청하는 등 협업이 수월해졌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도, 한국 커피 시장이 커지자 해외에서 한국을 궁금해했고 반대로 한국에선 해외 거래처를 찾는 수요가 있었는데 서울카페쇼가 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며 함께 성장했다. 글로벌 연사를 초청하고 대회를 유치하는 등 투자를 이어온 것도 성장 비결이다.
Q : 전시회로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까지 진출했다. 결과는.
A : 수업료를 많이 냈다(웃음). 2013년 중국 북경, 상하이, 말레이시아 등에 이어, 2016년 베트남, 올해는 프랑스 파리에 진출했다. 현지 파트너와의 문제부터 코로나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다행히 성과도 있다. 2016년 ‘외국계 커피 체인점의 무덤’이라 불리는 베트남에 진출했는데 첫해 1만8000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았고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안착했기에,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Q : 베트남 커피 시장은 어떤가.
A : 호치민 시내만 가봐도 스페셜티 커피를 내세운 곳이 많다. 이러한 변화는 커피 농가만 봐도 알 수 있다.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산지인데, 기존엔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하는 품종인 로부스타(Robustas)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았다면, 카페쇼를 통해 세계적인 커피 트렌드를 접하고 교류하며 고급 품종인 아라비카 (Arabacas)로 바꾸는 곳이 늘었다.
Q : 다음으로 주목하고 있는 곳은.
A : 올해 처음으로 도전한 프랑스 파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커피를 제일 많이 먹지만 에스프레소 위주의 시장이 형성돼있어서 스페셜티 커피 보급률이 생각보다 낮다. 그래서 계속 눈여겨보고 있고, 다시 준비해서 내년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다. 특히 K 컬처 인기가 많아지면서 K 커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또 한곳을 꼽는다면 중동이다. 중동 지역의 커피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인데 이미 규모 있는 커피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두바이보다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사우디 쪽을 알아보는 중이다.
Q : 2023년 글로벌 커피 트렌드는.
A : 대체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기후변화로 인해 커피 생산량이 줄고 있고, 실제로 커피 총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품종은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 그렇다 보니 늘어나는 커피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4월에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린, SCA의 커피 엑스포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업계 전반적으로 브로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거엔 젊은 사람들이 라떼나 블렌딩에 관심이 높았는데 요즘은 커피를 더 순수하게 즐기려 한다.
Q : 올해 서울카페쇼는 어느 부분에 주목해야 하나.
A : 올해 카페쇼는 ‘함께 새롭게: ‘Blend New, Brand New’를 주제로 열린다. 먼저 세계적 흐름인 ESG 전시 운영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100% 천연펄프로 만든 종이 물티슈를 배포하고, 폐기물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시장 곳곳에 다회용컵 세척기를 설치해 참관객의 ESG캠페인 참여도 독려한다. 서울카페쇼와 함께 열리는 '월드 커피 리더스 포럼'은 공간 브랜딩이나 도시와 커피의 관계성, 인플루언서가 이야기하는 카페 브랜딩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예전엔 학문적 접근에 좀 더 집중했다면 올해는 시야를 더 넓혀 기획했다.
Q : 매년 사람들이 몰리는 ‘커피앨리’도 변화가 있나.
A : 로스터리 공동관인 커피앨리는 이제는 서울카페쇼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자리했다. 올해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총 73개의 로스터리 카페가 참여한다. 워낙 부스가 많다 보니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이라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디플루이드 코리아와 협업해 재미있는 큐레이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몇 가지 설문에 답하면 나의 커피 취향을 분석해준다. 쉽게 말해 커피 취향 MBTI다. 이를 토대로 커피 앨리 관람 동선을 큐레이션 해준다.
Q : 20년 넘게 서울카페쇼를 운영해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A : 업계 사람들은 서울카페쇼를 '커피인의 명절'이라고 말한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의 업계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니까. 하지만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도시가 성장하고 브랜딩하고, 낙수효과가 많으려면, 그 도시를 대표하는 행사나 축제가 많아져야 한다. 서울카페쇼는 서울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행사다. 공항이나 역, 도심 등에 외국에서 서울카페쇼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안내해줄 수 있는 책자나 가이드가 있고, 서울 시내 카페들이 행사 기간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 등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서울시의 지원이 필요하다.
Q :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 커피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많은데 정확히 짚어야 할 게 있다. 원두 시장 등 유관산업의 성장 가능성이지, 샵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건 아닐 거다. 한국의 샵 비즈니스, 즉 카페 시장은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서 개인이 성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카페를 창업하고 싶다면, 길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커피를 공부하면서 손님 한명에게 맞춰 서비스하는 차별화도 필수다.
Q :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 커피 시장은
A : 한국의 커피 소비량과 빠른 성장 속도를 보며 다들 놀라워한다. 무엇보다 한국 인스턴트커피에 주목한다. 인스턴트커피가 이렇게 다양하고 고급화될 수 있다는 점에 놀라는 거다. 또한, 그만큼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Q : 다음 목표는.
A : 내년 5월 부산에서 ‘2024 월드 오브 커피 아시아(World of Coffee Asia)’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이 열린다. 부산은 대표적인 커피 도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 들어오는 그린빈의 90% 이상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고, 영도를 중심으로 커피밸리가 형성돼 있다. 국제적 행사에도 적합하다. 해운대를 중심으로 숙박시설이 충분히 있고 벡스코·누리마루 등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기차와 항공편 등 교통과 접근성도 편리하다. 서울카페쇼가 한국 커피 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해왔듯, 부산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고 싶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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