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글 쓰는 사람으로 삽니다

유영숙 2023. 11. 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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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출판으로 출간작가 되기

[유영숙 기자]

요즘 읽는 책이 있다. <지금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 아홉 분의 작가가 글쓰기를 하며 달라진 일상을 에세이로 쓴 책이다. 전직 아나운서, 약사, 유초등교사, 전업주부, 회사원, 강사 등 직업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다. 40대가 많다. 40대는 지나온 인생을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의 인생을 깊게 생각해 보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아홉 분 모두 글을 쓰다 보니 책도 출간하여 출간작가가 되었다. 출간작가가 되면서 강의도 다니고 바쁜 일상을 살고 계시다. 가장 중요한 것이 글쓰기가 삶을 변화시키고 성장시켰다고 말한다. 지금 모두 행복하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나도 퇴직 후에 글 쓰는 사람이 된 것이 자랑스러웠다.
 
'글로 옮기지 못할 삶은 없다. 특별하고 대단한 삶이라 쓸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생명이 고귀하듯 모든 삶은 의미 있다. 매일의 평범한 일상을 글로 남기다 보면 어느 순간 특별한 삶이 될 수 있다. 나의 삶이 그랬듯 당신의 삶 또한 그러하다.'
-p61 글 인용('내일 엄마가 죽는다면' 작가 강성화)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출간하고 싶어 한다. 책을 출간하여 출간작가를 꿈꾼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책을 출판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22년 8월 말에 46년 6개월을 몸담았던 교직에서 퇴직하였다. 퇴직하기 전에 퇴직 기념으로 미니 자서전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봄부터 62년 동안의 내 일생을 글로 쓰기 시작하였다.

미니 자서전을 출간해 보려고 여러 곳에 문을 두드렸지만, 출간해 주겠다는 출판사가 없었다. 물론 자가 출판을 해도 되지만, 많은 출판비를 감당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던 중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지금은 브런치 스토리)를 알게 되었고,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였다. 너무 행복했다. 정말 즐겁게 글을 썼다. 잠시 쉬는 기간도 있었지만, 1일 1 글을 쓰려고 노력하였다.

브런치에 미니 자서전으로 출간하고 싶었던 글을 모아 '나는 딸, 엄마 그리고 선생님이었다'는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종이책은 아니지만, 살아온 내 인생이 정리된 것 같아서 정말 행복했다.

글을 잘 쓰는 방법 중에 매일 글쓰기가 포함된다. 글을 잘 쓰고 싶었다. 꾸준한 글쓰기를 2022년 실천하였다. 그러다 보니 글이 많이 쌓였다. 책을 출간하고 싶었다. 글 쓰는 작가라면 책 출간이 소망이다. 모여진 글을 정리하여 출판사에 기고해 보았다. 물론 실패였다.

책 출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출판사에서 제안이 오거나 투고하여 성공하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어떤 작가님은 출판사 100여 곳에 투고하여 출간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나에겐 너무 어려운 길이다. 출판사는 보통 돈이 되는 책만 출간해 주기 때문이다.

POD 출판으로 출간작가 되기

그러다가 부크크 출판사 POD(주문형 출판, Publish On Demand)를 알게 되었다. 이미 많은 작가님께서 부크크 출판사를 통해 책을 출간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책을 구입해 보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중한 책이다. 출간할 수 있는 길이 있어서 용기를 내 보았다.

나는 브런치 스토리 작가라 브런치 매거진에 글이 30편 이상 되면 출간할 수 있었다. 매거진에 연재한 '만 62세 퇴직일기'를 POD로 출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퇴직 즈음부터 6개월 동안 퇴직 후의 일상을 쓴 에세이다.

먼저 제목을 고민하였다. 책은 제목이 아주 중요하다. 나도 책 구입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제목이기에 고민하다가 <퇴직했지만 놀지 않았습니다>로 정했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퇴직하고 글 쓰느라 하루도 놀지 않았다.

주말에는 쌍둥이 손자를 돌보고, 평일에는 인지가 나빠지신 친정어머니를 돌봤다. 이웃 학교에 시간강사로도 나가고, 가끔 안 하던 요리도 하며, 요리 에세이도 썼다. 일하느라 만나지 못했던 분들을 만나서 가끔 수다도 떨었다. 심심할 틈이 없었다.

POD 출판을 위해서 부크크 출판사 홈에 들어가서 서식과 서체를 다운로드하였다. 작은아들이 도와주었다. 에세이집은 작은 크기도 있지만, 보통 A5 크기로 출판을 하기에 A5 서식을 다운로드하였다. 부크크 서체도 다운로드하였다.

직접 편집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오히려 내가 만들고 싶은 책으로 편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먼저 챕터를 나누고 목차를 구성하였다. 목차에 맞추어 글을 편집하였다. 맞춤법 검사기를 통해 띄어쓰기, 오자 등을 꼼꼼하게 검사했다.

2022년 12월부터 시작하여 2월 말에 출간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글 하나하나를 다시 읽으며 수정 보완하여 퇴고하였다. 수정하고 또 수정해도 마음에 안 드는 문장과 오자가 계속 생겼다. 출간하려고 계획했던 2월 말에 가정적으로 큰일이 있어서 미뤄 두었다가 3월 중순에 원고를 완성하였다.
 
▲ POD로 출간한 책 퇴직했지만 놀지 않았습니다(부크크 출판, 저자 유영숙)
ⓒ 유영숙
  
최종 원고를 업로드하고 5일 정도 지난 후에 도서 승인을 받았다. 책값은 인쇄비, 수수료 등을 계산하여 부크크에서 책정해 준다. 책값이 1만6500원으로 책정되었다. 책값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게 책정되어 조금 아쉽다. 경험 부족이다. 내가 줄일 수 있는 값이 겨우 100원이어서 그것만 줄였다. 책 쓸 때 가격까지 꼼꼼하게 계산해야 하는데 첫 책이라 욕심을 조금 부린 것 같다. 그래도 책은 예쁘게 나온 것 같아 기분 좋았다.

표지는 무료 표지를 이용할 수도 있고, 본인이 제작할 수도 있지만, 나는 실력이 안 되어 8만 원에 만들어져 있는 표지를 구입하였다. 나도 그렇지만, 책을 구입할 때 표지도 많이 보기에 호감이 가는 걸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스럽게 책을 구입하신 분들도 표지가 글과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 주셔서 구입한 보람을 느꼈다.

다음은 내지이다. 책을 컬러로 출판하기에 챕터마다 내지에 컬러 종이를 넣고 싶었다. 내지도 기본만 8만 원으로 구입했다. 프롤로그, 목차, 에필로그, 추천사와 중간 챕터를 편집해서 보내주어서 제법 예쁜 책으로 거듭났다. 에세이집을 출간하는데 20만 원도 안 들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수준 있는 책으로 출판되어 기뻤다. 표지와 내지를 구입 안 하면 거의 무료로 책을 출판할 수 있다.

 POD 출판의 장단점

지금 당신이 글을 쓰고 있는 작가라면, 적은 비용으로 출간할 수 있는 POD 출판을 이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기획 출판이나 반기획 출판은 출판사에서 홍보도 해 주지만, POD 출판은 홍보도 스스로 해야 한다. 인터넷 서점이나 쿠팡, 지마켓 등에서도 책이 검색되는 것을 보면 뿌듯하기까지 하다.

많이 팔리지 않아도 주문형 출판이라 재고가 없는 것도 좋은 점이다. 또 한 가지 장점은 책을 읽다가 수정할 부분이 발견되면 원고를 수정하여 교체할 수 있다. 그 점도 POD 출판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팔릴 때마다 인세도 들어온다. 아직 적은 돈이긴 하지만, 출판사에서 매달 정산하여 인세를 보내준다. 한 권 한 권 책이 팔릴 때마다 정말 기쁘다. 지금 에세이 집 2집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도 POD출판으로 책을 출간하려고 한다. 두 번째 책이니 첫 번째 책보다 편집도 좀 더 꼼꼼하게 하고, 신경 써서 좋은 책으로 출판해 보고 싶다.

요즘 브런치 스토리 제안을 통해 메일로 전자책 출간 제안도 오고, 반기획 도서 출판 제안도 받았다. 고민 중이다. 요즘 독자들이 전자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전자책 출간 제안이 유혹이 된다. 하지만 나는 아직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이라 고민하고 있다.

나는 출간작가가 되었다. 출간작가가 되어 문인협회에도 가입하였다. 왠지 그냥 글 쓰는 사람이 아닌 진짜 작가가 된 기분이다. 주변에서도 작가님이라 불러준다. 퇴직하고 제2 인생은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데, 꿈을 이루었다. 앞으로 글 쓰며 행복하게 제2 인생을 살고 싶다.

지금 당신이 책을 출판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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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발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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