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천당' 오간 문상철, '1차전 영웅' 등극
[양형석 기자]
정규리그 2위 kt가 잠실에서 한국시리즈의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에서 장단 7안타를 때려내며 3-2로 승리했다. 역대 39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을 차지했던 29번의 통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분명한 사실은 kt가 1차전 승리로 이번 시리즈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점이다.
▲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1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kt 문상철이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끝내 터지지 않았던 kt의 거포 유망주
배명고 시절부터 3루 유망주로 주목 받았던 문상철은 고려대를 거쳐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특별지명 전체 11순위로 신생구단 kt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문상철은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2014년 퓨처스리그 첫 18경기에서 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kt의 나성범'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NC 다이노스에서 나성범이 팀의 간판타자로 성장한 것처럼 문상철도 kt의 간판으로 성장해 달라는 바람이 담긴 별명이었다.
하지만 문상철은 부상으로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272 14홈런57타점의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고 설상가상으로 kt는 1군진입을 앞두고 문상철의 주포지션인 3루에 외국인 선수 고 앤디 마르테를 영입했다. 결국 문상철은 프로에서의 첫 시즌 51경기에 출전해 타율 .163 2홈런6타점에 그치며 부진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유망주 문상철을 'kt의 나성범'으로 부르는 야구팬들은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문상철은 2016년 시범경기에서만 4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다시 팬들을 설레게 했지만 정작 시즌 개막 후에는 48경기에서 타율 .200 1홈런7타점의 성적으로 실망을 안기고 말았다. 결국 프로에서 보낸 3년 동안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문상철은 2016 시즌이 끝나고 상무 야구단에 입대했다. 그리고 문상철은 상무 입대 후 단 1년 만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퓨처스리그 역사에 아로새겼다.
문상철은 2017년 91경기에 출전해 타율 .339 36홈런101타점82득점을 기록하며 박병호(kt), 최주환(SSG 랜더스,이상 24개) 등이 가지고 있던 역대 퓨처스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기록을 가볍게 경신했다. 퓨처스리그에서 3할30홈런100타점 기록이 나온 것도 당연히 문상철이 역대 최초였다. 문상철은 2018년 발목인대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며 일찍 시즌을 접었지만 상무에서의 맹활약을 통해 다시금 'kt의 거포 유망주'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역 후 돌아온 kt는 입대전과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FA로 영입한 황재균이 문상철의 입대 전 포지션이었던 3루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강백호라는 괴물신인이 들어와 중심타선에 고정배치돼 있었던 것이다. 문상철은 1루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며 윤석민, 오태곤(SSG) 등과 주전경쟁을 벌였지만 전역 첫 시즌 33경기에서 타율 .200 2홈런7타점에 그치며 또 한 번 kt팬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병살과 연속삼진 후 결승 2루타 폭발
그렇게 kt를 대표하는 '오래된 유망주'가 된 문상철은 kt가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2020년 74경기에 출전해 타율 .260 8홈런25타점을 기록하며 서서히 1군무대에서 자리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문상철은 kt가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21년 손등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며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제외되면서 창단 때부터 함께 한 팀의 첫 우승 순간에도 함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문상철은 팀의 간판타자 강백호가 부상으로 62경기 출전에 그친 작년 시즌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내며 1군에서는 28경기 출전에 그쳤다. 물론 시즌 중간에 옆구리 부상도 있었지만 프로 입단 후 9년 동안 통산 홈런이 17개에 불과한 거포는 팀 내에서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kt구단이 주목하던 거포 유망주 문상철은 '오른손 대타요원'으로 전락한 채 프로 10년 차의 고참 선수가 됐다.
올해도 kt의 스타 강백호는 71경기 출전에 그쳤고 문상철은 1루수와 지명타자, 오른손 대타요원을 오가며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12경기에 출전했다. 성적 역시 타율 .260 9홈런46타점30득점으로 문상철의 커리어에서 가장 좋았다. 그렇게 준수한 시즌을 보낸 문상철은 가을야구에서도 강백호 대신 kt의 주전 지명타자로 활약했고 플레이오프에서 2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하위타선에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7일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에 선 문상철은 2회 무사 1,2루 기회에서 번트 병살타를 기록했고 5회와 7회에는 무기력하게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렇게 첫 한국시리즈에서 좌절을 경험하던 문상철은 9회 4번째 타석 2사1루에서 좌측담장 상단을 때리는 적시 2루타로 이날 경기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물론 중계과정에서 LG의 실책도 있었지만 실책이 아니었어도 발 빠른 배정대가 홈까지 파고 들기엔 충분했다.
1차전 승리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분명하지만 1차전 패배 후 역전우승을 한 사례도 많았기 때문에 kt가 마냥 1차전 승리에 도취되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29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면서 LG의 축제분위기였던 한국시리즈 흐름이 kt의 1차전 승리로 인해 바뀐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1차전 '마법사들의 영웅'이 된 프로 10년 차 문상철이 있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위험한 지도자는 어떻게 나라를 망치나...세계가 등돌렸다
- 2년차 윤석열 정부 한줄평? "떴다방, 검경정권, 표팔리즘"
- 빈대 물림, 단순히 가려움증 문제 아니라는 전문가들
- 대통령 부산횟집 만찬 경호실패 지적에 "망원경으로 다 체크..."
- 할머니의 경고... '건강한 여성의 몸'은 대체 어디 있나
- 조선 '사학죄인'을 둘러싼 배신과 믿음의 이야기
- 김건희 여사 트위터 인증, 국가안보실 지시였다
- 윤 대통령, '김포 서울 편입' 혼란 왜 침묵하나
- 이재명 다시 만난 유동규, 검찰의 '김만배 기획설'에 힘 보태
- '공매도 금지' 외신 반응 "한국 주식시장 매력 떨어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