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에 PS까지 '강행군' 김형준…"체력 떨어진 게 느껴지더라"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시즌 개막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고, 뒤늦게 1군에 올라온 뒤에는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소속팀은 물론이고 대표팀에서도 활약을 펼친 포수 김형준(NC 다이노스)의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2018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9순위로 NC의 부름을 받은 김형준은 2021년 상무(국군체육부대) 입대 이후 군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던 그는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를 다쳐 수술대에 올랐고, 소속팀 복귀 이후인 올해 5월에는 오른쪽 발목 인대 손상으로 재활에 몰두해야 했다. 8월 말이 돼서야 올 시즌 첫 1군 경기를 소화할 수 있었다.
올 시즌만 놓고 보면 1군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입대 전과 퓨처스리그에서의 경험 등을 감안하면 김형준은 대표팀에 필요한 자원 중 한 명이었다. 실전감각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은 상태였지만, 그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었던 이유다.
김형준은 우려와 달리 대표팀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대회 4연패에 크게 기여했다. 팀 입장에서는 새로운 주전 포수를 발견했고,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 자신감은 가을야구로 이어졌다. 김형준은 소속팀 복귀 이후에도 줄곧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포스트시즌에서도 9경기 모두 선발 출전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홈런까지 때려내며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비록 NC의 가을야구는 플레이오프에서 막을 내렸으나 김형준을 비롯한 선수들의 투혼은 팬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김형준은 포스트시즌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대표팀으로 향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대표팀에 승선한 김형준은 7일 소집 훈련 2일차 일정을 마무리한 뒤 "2020년에는 더그아웃에서 지켜만 봤고,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처음으로 경기에 출전했다. 잘하자는 생각보다는 정규시즌처럼 즐기려고 했는데, 점점 이기고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 다가오니까 나도 모르게 좀 더 이기고 싶었다. 막상 끝나고 나니까 엄청 뭔가 아쉬웠다"고 포스트시즌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김형준은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내가 마지막 타자였는데, 대기 타석에 있을 때 야구장을 한 번 보며 '올해 야구를 많이 못했으니까 벌써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이런 모습을 보려면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그냥 울컥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형들도 울고 하니까 그런 모습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약간 나왔다. 라커룸에 있을 때 감독님도 눈물을 흘리실 것 같더라. 또 스스로 지난 1년간 재활하면서 힘들었던 시간이 생각나서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음에도 짧은 시간 동안 얻은 게 많았다. 한편으로는 충분한 휴식일 없이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기에 그만큼 체력 소모는 클 수밖에 없었다.
김형준은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몰랐다. 그냥 피곤한 정도였는데, 막상 다시 경기를 하니까 정말 체력이 떨어졌다는 걸 느꼈고 포스트시즌까지 치르면서 큰 경기를 한 경기씩 소화하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느꼈다"며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에서도 노리던 타이밍에 방망이를 돌렸음에도 빗맞은 타구가 나오다 보니까 엄청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좀 많이 힘들다. 아픈 곳도 많아서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시안게임 이전과 비교하면 국제대회 경험이 쌓인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김형준의 이야기다. 그는 "당연히 설렌다. '도쿄돔에서 언제 야구를 해볼까'라고 생각했다"며 "항저우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그때 있던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가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형준은 "다같은 또래이기 때문에 마음을 모아 패기 있게 하다 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또래밖에 없으니까 편하고, 항저우에서 같이 했던 친구들도 있고 하니까 확실히 그전에 항저우에서 했던 것보다는 좀 더 편한 느낌이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많이 지친 상태이지만, 김형준은 이번 대회에서도 책임감 있게 안방을 지키려고 한다. 그는 "올해 초 재활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경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시안게임도 갔다 오고 포스트시즌에서 감독님께서 맡겨주시고 하면서 경험을 잘 쌓았던 것 같다"며 "나도 모르게 성장했다고 느끼는 것 같고, APBC에서도 경험을 쌓고 좋은 성적을 내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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