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우승 꿈꾸는 KT의 믿을 구석, '빅 게임 피처' 고영표
프로야구 KT 위즈 고영표(32)는 '빅 게임 피처'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때부터 조짐이 보였다. 나이 서른에 처음 태극마크를 단 그가 한일전 선발투수의 중책을 맡았다. 결과도 좋았다.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해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은 결국 노메달에 그쳤지만, 고영표는 당시 대표팀의 몇 안되는 수확으로 꼽혔다.
그때부터 '중요한 경기'에 유독 강했던 고영표는 올가을에도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그 시작이었다. 1패만 해도 떨어지는 벼랑 끝 위기에서 고영표가 6이닝 무실점 역투로 팀의 사기를 다시 끌어올렸다. 1·2차전을 모두 내줘 수세에 몰렸던 KT는 이 승리를 신호탄 삼아 내리 3연승했다. '리버스 스윕'으로 2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지난 7일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KT의 한국시리즈 첫 선발투수로 나선 고영표는 6이닝 동안 공 97개를 던지면서 2실점(1자책점)으로 잘 던져 3-2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특히 2-2로 맞선 4회 말 2사 2·3루에서 만난 박해민과의 승부는 이날 피칭의 백미였다. 볼카운트 3볼까지 몰렸다가 직구 4개를 던져 풀카운트를 만든 뒤 8구째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스스로 "내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삼진이었다"고 표현한 장면이다.
고영표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과 평정심도 한국시리즈에서 더 빛을 발했다. 경기 초반 야수들과 주자들의 실수가 잇따르고 중요한 득점 기회가 트리플 플레이로 날아가는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1루로 견제구를 던질 때마다 잠실의 만원 관중이 일방적인 야유를 쏟아내도 여유 있게 웃어넘겼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흐름이 넘어갈 뻔한 고비에서 고영표가 정말 잘 버티면서 좋은 투구를 했다. 그 덕에 승리했다"며 거듭 칭찬했다.
사실 고영표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호투할지는 미지수였다. 한국시리즈 상대가 하필 LG였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올 시즌 28경기에서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한 리그 정상급 토종 에이스였다. 그러나 LG를 상대로는 4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36으로 유독 부진했다. LG전 평균자책점이 시즌 전체 평균의 세 배에 달할 정도다.
아픈 기억도 많다. 5월 18일 잠실 맞대결에선 5회도 못 넘기고 8실점했다. 9월 7일 수원 경기에선 6회를 채웠지만 안타를 10개나 맞고 6점을 내줬다. 심지어 LG 핵심 타자인 오지환(9타수 5안타 1홈런), 문보경(7타수 3안타), 박해민(8타수 3안타), 김현수, 오스틴 딘(이상 9타수 3안타)이 모두 고영표를 상대로 잘 쳤다.
그런데도 큰 무대에서 더 거대해지는 고영표의 존재감이 '천적'이라는 불안 요소마저 지워버렸다. 고영표는 "정규시즌 내내 LG에 약했고, 팀(6승 10패)도 많이 졌다. 그 패배를 잊지 않았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고영표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한국시리즈 5차전에 다시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팀이 앞서고 있든, 한국시리즈 승부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경기다. 이미 두 번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고영표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그는 "포스트시즌에는 늘 팀과 승리만 생각하면서 공을 던진다. 남은 한국시리즈에서도 나와 KT 선수들 모두 더 집중력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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