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윤의 야구 본색] 38년 만의 한신 우승과 '볼넷' 그리고 프런트

배중현 2023. 11. 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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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 타이거스를 38년 만의 우승으로 이끈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한신 구단 SNS 캡처


일본 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가 지난 5일 한을 풀었다. 일본시리즈에서 오릭스 버팔로스를 4승 3패로 꺾고 1985년 이후 38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다. 한신은 지난해 승률 0.489(68승 71패)를 기록, NPB 센트럴리그에서 1위 야쿠르트 스왈로스(80승 59패·승률 0.576)에 12경기 뒤진 3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에는 달랐다. 중반부터 독주 채비를 갖추더니 2위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 11.5경기 앞선 1위(85승 53패·승률 0.616)로 18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의 한신과 2023년의 한신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가장 큰 변화는 감독이다. 2019년부터 4년간 팀을 이끈 야노 아키히로 감독이 물러나고 오카다 아키노부(66)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오카다 감독은 한신이 첫 일본시리즈 정상에 섰을 때 팀의 중심 타자로 활약한 레전드 출신이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신 사령탑을 맡기도 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오릭스를 이끈 그는 성적 부진으로 해임됐고 15년 만에 한신으로 돌아와 친정팀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오카다 감독 부임 전후로 몇 건의 트레이드가 있었지만, 대형 자유계약선수(FA) 보강 같은 '선물'은 없었다. 그런데도 올해 뚜렷한 성과를 낸 비결 중 하나는 출루율이다. 팀 타율(0.243→0.247)과 팀 평균자책점(2.67→2.66)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표가 전년 대비 비슷한데 유독 출루율의 변화가 눈에 띈다. 한신은 지난해 팀 출루율이 0.301로 주니치 드래건스와 함께 센트럴리그 공동 5위였다. 그런데 올해는 0.322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부문 2위 야쿠르트에 1푼2리나 앞섰다.

오카다 아키노부 한신 감독이 팀을 우승으로 이끈 뒤 인터뷰하고 있다. 한신 구단 SNS 캡처


오카다 감독은 선수 시절 통산 247홈런을 때려낸 슬러거였다. 파워 히터였던 그는 선구안도 뛰어났다. 통산 출루율이 0.351로 수준급. 볼넷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프링캠프부터 선수들에게 이 부분을 강조했다. 관건은 선수들의 반응이었다. 신임 감독이 이전과 다른 방침을 내세웠을 때, 어느 정도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도돌이표처럼 되돌아가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익숙하게 해 온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오카다 감독은 프런트와 상의해 연봉 고과 평가 항목을 조정했다. 지난해까지 연봉 고과에서 안타 하나가 1이었다면 볼넷은 0.5로 평가받았다. 올해는 0.8 수준으로 향상했고 경기 후반인 7~9회에 얻은 볼넷은 안타와 똑같은 가치로 환산했다. 오카다 감독은 "외국인 선수와 계약할 때는 옵션에서 출루율이나 볼넷을 높게 평가하는데, 일본 선수는 그렇지 않았다. 그것을 외국인 선수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출루율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오카다 감독은 원하는 공을 기다리는 인내력이 타자들의 스트라이크존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올해 개막일 기준 한신 구단의 등록선수 평균 나이는 만 25.7세로 젊었다. 

KBO리그에선 벌써 오프시즌 두 팀의 감독이 바뀌었다.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하지 못한 팀의 감독은 성적 향상을 목표로 새로운 방침을 내세울 거다. 단순히 구호로만 외쳐서는 실질적인 선수들의 동기부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그만큼 현장을 뒷받침하는 프런트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신의 우승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다. 

야구 칼럼니스트

야구 전문 칼럼니스트로 네이버에서 아마야구 등을 다루는 '야반도주'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기무라 고이치 기자가 네이버에 연재한 '야큐리포트'를 번역했으며, 김성근·김인식 감독 등과 함께 쓴 '감독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가이드북', '프로야구 크로니클', '킬로미터', '포수 교본' 등 다수의 야구 서적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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