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앱지스, 공모CB로 사모CB 조기상환 나서
2년 전 발행한 7회차 CB 조기상환 가능성 커져
유상증자 신주 발행보다 주주가치 희석 우려 적어
이수앱지스가 2년 전 사모로 발행했던 전환사채(CB)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모로 CB를 발행한다. 2년 전보다 전환가는 낮아졌고 이자율도 높아졌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수앱지스는 '제8회차 CB'를 주주우선공모 방식으로 발행해 500억원을 조달한다. 구주 1주당 CB 1445원어치 우선 청약할 수 있는 권리를 받는다. 계획했던 금액보다 청약 금액이 적으면 공동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나머지 물량을 인수한다. 사채지만 이자는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수앱지스는 CB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모두 채무를 상환하는 데 쓴다. 이수앱지스는 2021년 6월 국내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7회차 CB'를 발행해 운영자금 800억원을 마련했다. 전환가는 1만6150원이었고 이수앱지스 주가가 하락하면 1만1350원까지 조정하기로 했다.
조달한 자금은 개발 중인 바이오 혁신신약을 연구개발하고 신규 바이오 혁신신약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국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클로티냅(항혈전 항체치료제), 애브서틴(고셔병 희귀질환치료제), 파바갈(파브리병 희귀질환치료제) 등을 판매하고 있다. 난치성 암 항체신약(ISU104)을 비롯해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ISU203), B형 혈우병 신약(ISU304)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7회차 CB에 투자한 기관은 이자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이수앱지스 주가가 상승해 투자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수앱지스 주가는 CB 납입일 대비 60% 이상 하락했다. 전환가 조정이 이어졌지만 최저한도 밑으로 주가가 내렸다. CB 발행을 결의한 이사회가 열렸던 지난달 12일 이수앱지스 주가는 71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전환가의 60% 수준에 머물면서 이수앱지스 이사회는 조기상환 청구에 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보유 중인 자금만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수앱지스는 2년 전 CB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연구개발에 쓰고 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1년 상반기 말 89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109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단기금융상품은 40억원에서 315억원으로 늘었다. 4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7회차 CB를 조기상환하는 데 모두 사용하기는 어렵다. 연구개발 비용이 꾸준하게 들어가면서 적자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3년간 매출액은 2020년 256억원, 2021년 280억원, 2022년 412억원 등 꾸준하게 늘고 있다. 다만 신규 파이프라인에 대한 경상 개발비를 비롯해 영업비용을 충당하기는 부족하다. 지난해 영업손실 160억원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는 25억원 적자 상태다. 올해 상반기 말 총 차입금의존도는 25.2%이고,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각각 132.5%, 100.9%다.
7회차 CB 만기는 2026년 6월30일이지만 오는 30일까지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청구권을 행사한 CB에 대해 내년 1월2일까지 상환해야 한다.
이사회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비롯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법 가운데 CB 발행을 선택했다. 공모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주주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자를 제공하고 전환가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CB를 발행하는 게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유리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보다 CB를 발행하는 게 주주에게 유리할 수 있다"며 "증자를 하려면 신주 발행가를 확정해야 하지만 CB 전환가는 주가가 하락했을 때 30%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가 흐름에 따라 보통주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7회차와 8회차 CB 발행 조건을 보면 투자자에게 유리해졌다. 2년 전에는 이자를 주지 않았지만 8회차는 만기보장수익률 5%를 제시했다. 최초 전환가도 1만6150원에서 7000원으로 낮아졌다. 전환 예정가가 7000원이고 다음달 11일 최종 전환가를 확정한다. 앞으로 주가 흐름에 따라 전환가는 바뀔 수 있다. 8회차 CB 인수를 위해 투자금을 납입해야 하는 시기는 다음달 22일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주배정 공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것은 주가 변동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며 "성장에 따른 이익을 기존 주주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최대주주인 이수화학은 지난 23일 이수앱지스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원을 이미 출자했다. 신주 발행가 7000원이고 143만주를 인수했다. 최대주주 측 보유 지분율은 33.63%에서 36.37%로 높아졌다.
이수앱지스가 CB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성공한다면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장사 이사회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적지 않은 상장사가 2년 전 발행한 CB 조기상환에 대응하기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발행으로 주주가치 하락 우려가 크다. CB를 발행하면 상환 부담이 남지만 신주를 발행하는 것보다 주주가치 희석 우려는 작아질 수 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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