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생각 달라도 모두와 이야기"…이준석 '빅텐트' 세울까

이지은 2023. 11.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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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변수로 떠오른 이준석 행보
여야 아우르는 새 정당 움직임 관심

"여든다섯 어르신의 고민을 85년생이 힘 있는 데까지 정치의 화두로 올려 보겠다. 이러한 아젠다를 고민하는 모두와 이야기하겠다. 구체적인 해법과 생각이 달라도".

7일 오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비명(非明)계 대표인사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을 열어놓은 후 올라온 글이라 더욱 의미심장하다.

진보, 보수 등 정치 성향과 계파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을 '빅텐트' 아래에 모아 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준석 중심 '제3지대' 빅텐트 나올까

이 전 대표는 이날 SNS 글을 통해 80대 어르신과의 대화에서 ▲AI로 인한 직업의 변화 ▲저출산으로 인한 퍼펙트 스톰 ▲노인빈곤으로 인한 사회불안 등 화두를 얻었다며 "누군가가 이 화두를 정치의 중심에 두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검사공천, 운동권 공천 중 택일을 국민에게 강요할 것"이라고 했다. '검사 공천'은 지금의 정부와 여권을, '운동권 공천'은 민주당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거대 양당을 탈피해 계파와 성향을 제쳐두고 이같은 아젠다를 내세우는 정치세력 구성의 의지가 읽힌다.

거대 양당이 정책 경쟁이 아닌 '제로섬' 같은 무의미한 경쟁만을 이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사실 누가 낫다기 보다 서로 죽이려다가 덜 다치는 쪽이 이기는 구조 아닌가. 무의미한 경쟁"이라며 "지금 정책이야기 해봐야 메가서울이나 공매도 1일 천하 같은 일만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신당'은 아직 구체적 모습을 갖추지 못한 채다. 하지만 비명계인 이 의원이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답하면서, 비명계와 비윤(非尹)계를 아우르는 빅텐트가 펼쳐질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아직 명확하게 합류 의사를 밝힌 비명계 인사는 없지만, 정치권에서는 2명 이상의 합류 가능성을 점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전날 KBC '여의도초대석'에서 "두세 명은 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미 이 전 대표가 5명 이상의 비명계와 접촉했다는 설도 있다. 정치 평론가 장성철씨는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서 "(비명계를) 대여섯 분 만났다"며 "이 전 대표가 어떠한 정치 지형을 만들기 위해서 누구와 함께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서 얘기하는 자리"라고 했다.

"못된 송아지", "혐오조장 정치"…정치적 간극 넘을 수 있을까

문제는 비명계 인사들과 이 전 대표간의 정치적 성향차다. 과거에도 총선을 앞두고 정치 성향의 결이 다른 인사들끼리 모여 신당을 창당했다가 정치적 견해 차로 당이 쪼개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전 대표가 속했던 바른미래당이 대표적이다. 비명계 대표 인사 중 하나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아무리 (정치가) 생물이라고 하더라도 (이 전 대표와 비명계간의) 간극이 많이 넓다"며 비명계 인사들의 합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비명계 인사 중에서 이 전 대표와 인식을 달리하는 이도 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SNS서 최근 이 전 대표의 '인종차별' 논란을 지적하며 "이 전 대표가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지 못하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 때문이 아니다. 스스로의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 분열의 정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 전 대표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 역시 지난해 3월경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이슈로 그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이 의원은 당시 SNS에 이 전 대표가 전장연 시위를 비판한 기사를 공유하며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서 뿔난다더니, 아무리 나이가 젊으면 뭐하냐"며 "인성교육부터 먼저 받으시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전 대표와 연대할 정치세력으로는 정의당 내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이끄는 '세번째 권력'도 언급된다. 류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서 '공감대'를 전제로 이 전 대표 측과도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류 의원과 장 의원 모두 과거 이 전 대표와 '페미니즘' 이슈로 각을 세운 전적이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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