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마스 본진서 시가전 공식화…"고통·파괴·분노 '대학살의 月'"

이스라엘군 가자 심장부로
"올가미 죄는 중…지휘부·땅굴 다수 파괴"
네타냐후·갈란트 차례로 "휴전 없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를 포위한 이스라엘군이 시가전에 본격 돌입했다. 가자지구의 핵심지역인 가자시티를 사상 최악의 테러기지로 천명한 이스라엘이 "휴전은 없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도시를 전장으로 무차별 공격을 퍼부으면서 민간인 피해 규모가 더욱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오후 TV 연설에서 "가자시티는 포위됐다"며 "우리 군이 그 안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며, 매일 매시간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천명의 테러리스트들이 지상과 터널에서 제거됐으며, 지상작전을 통해 하마스 지휘부와 진지, 땅굴 등 다수를 파괴했다"고 강조했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네티보트 인근에서 차량이 하마스 공습으로 인해 불탄 채 방치돼 있다. [이미지출처=신화연합뉴스]

가자시티는 팔레스타인이 통제하는 가자지구의 핵심 지역으로 이스라엘군은 10여일 전 이곳을 상대로 포위전에 나섰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상전 돌입 이후 이스라엘군의 정확한 위치를 공개하지 않아 왔다는 점에서 이날 가자시티를 콕 집으며 보병 전력의 작전 투입 사실까지 브리핑한 것은 시가전 개시를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 직전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IDF)이 지금 가자시티의 심장부에 있다"며 "가자시티는 역대 최대 규모의 테러 기지"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IDF 병력은 북부와 남부에서 가자지구로 진입했다"며 "도보로, 또는 장갑차와 탱크 등을 타고 공병들과 함께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자지구 테러리스트들과 기반시설, 지휘관, 벙커, 통신소 등 한 가지 목표를 향해 가고 있으며, 가자 주변에서 올가미를 죄고 있다"고 말했다.

갈란트 장관은 "이스라엘 지상군이 공군 및 해군과의 완벽한 협력하에 모든 방면에서 가자에 있는 테러 조직의 요새로 진군하고 있다" 언급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추격 중인 하마스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와 관련해 갈란트 장관은 "그는 벙커에 숨어 있으며 동료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주문한 인도적 차원의 일시적 정전에 대해서는 "나에게 있어 최우선은 짐승들에게 잡혀 있는 인질들"이라며 "인질 석방 없이 인도적 정전은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포병대가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와 인접한 남부 지역에서 포탄을 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한 달째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에 4000억원 상당의 정밀 유도폭탄 장비 판매를 승인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국제사회의 반전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한 달은 대학살과 고통, 파괴, 분노, 절망의 시간이었다"며 이스라엘에 휴전을 거듭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가자지구에 대한 교전 중지와 인질 석방에 대해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합의는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는 한편 가자지구에 대한 재점령 가능성을 시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방영된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통치 방식에 대한 질문에 “이스라엘이 전체적인 안보 책임을 가질 것으로 본다”며 “우리가 안보 책임을 가지지 않았을 때 우리에게 터진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하마스 테러였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다시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일각에선 아랍권 국가들을 자극해 중동전쟁 확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