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만 아는 단풍 비경…'억새 성지' 영남알프스 색다른 맛
진우석의 Wild Korea ⑧밀양 백운산·쇠점골
구름 흐르는 듯한 흰 바위
대숲을 통과해 조금 오르면 느닷없이 도로가 나타난다. 가지산 허리에 걸린 ‘산내로’다. 길 건너편으로 초록색 리본이 매달린 걸 볼 수 있다. 다시 등산로를 만난다. 제법 가파른 돌길을 20분쯤 오르면 바위에 수석처럼 자란 소나무가 나타난다. 소나무 앞에서 조망이 열린다. 건너편 천황산 방향으로 케이블카와 얼음골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제 백운산의 명물인 백호바위 지대로 들어선다. 백호바위는 거대한 바위 전체를 일컫는다. 이곳을 통과하려면 20분쯤 걸린다. 날카롭게 허공으로 튀어나온 바위를 ‘백호 꼬리’라고 한다. 기념사진을 찍을 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로프를 잡고 가파른 길을 오르면, 제법 큰 바위가 떡 버티고 있다. 탕탕 철계단을 밟고 오르자 탄성이 터지면서 가지산의 드넓은 품이 펼쳐진다.
영남알프스를 20년 넘게 다녔다는 산악회 대장 출신 부산 산꾼을 만났다. “지가 영남알프스 구석구석 다녔다 아닙니꺼. 주암골과 쇠점골이 좋은데예. 그래도 전 백운산이 젤 좋다 아닙니꺼. 매년 이맘때면 여길 꼭 오지예.” 그 말을 들으니 흐뭇했다.
이제 백호의 등줄기를 밟고 간다. 잠시 숲길이 이어지다가 백운산 꼭대기에 닿는다. 큰 정상석이 있고, 앞쪽으로 운문산에서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지산까지는 걸어서 2시간. 멀찍이서 바라보는 맛도 괜찮다. 반대편으로는 능동산~천황산 능선 너머로 영남알프스의 명봉들이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정상 일대가 둥그렇게 보이는 영축산, 그 옆 뾰족한 봉우리는 신불산이다. 천황산 옆으로 재약산이 아스라하다.
낙엽 밟는 소리 경쾌한 하산길
■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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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 백운산과 쇠점골 코스는 호박소유원지 주차장~백호바위~국립등산학교(공사 중)~구룡소폭포~호박소~쇠점골(오천평반석)~호박소유원지 주차장, 원점회귀로 거리는 약 8㎞, 4시간쯤 걸린다. 호박소유원지 주차장은 무료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밀양버스터미널에서 얼음골 가는 버스(하루 6회 운행)를 탄다. 호박소 입구에서 오천평반석으로 가는 계곡이 쇠점골로 영남알프스의 단풍 명소다. 쇠점골은 평탄해 누구나 쉽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석남터널까지 1시간 30분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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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 학창시절 지리산 종주하고 산에 빠졌다. 등산잡지 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25년쯤 살며 지구 반 바퀴쯤(2만㎞)을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캠프 사이트에서 자는 게 꿈이다. 『대한민국 트레킹 가이드』 『해외 트레킹 바이블』 등 책을 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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