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성 빈대' 잡는 살충제 성분, 서울대 연구진이 찾았다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빈대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빈대 퇴치에 효과적인 살충제 성분을 찾아냈다. 정부 합동대책본부는 이 연구 결과를 활용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대 “빈대 퇴치에 효과적인 제제 확인”
김주현 서울대 의과대학 열대의학교실 교수 등 연구진은 기존에 빈대 살충제로 쓰던 피레스로이드 계통이 아닌 성분 가운데 이미다클로프리드, 피프로닐 제제가 빈대 퇴치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미국 의용(醫用)곤충학회지에 제출했다.
이미다클로프리드와 피프로닐 제제는 환경부가 이미 사용을 허가한 살충제 성분이다. 이미다클로프리드는 식물 해충을 방제하는 농약으로, 피프로닐은 강아지·고양이의 털에 바르는 동물 외부 구충제 등에 쓰인다.
현재 빈대 살충제는 피레스로이드 계통 성분을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발견되는 대부분 빈대가 이 성분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어 방제에 큰 효과가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김주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빈대 퇴치에 가장 효과적인 비 피레스로이드 계통 물질을 확인한 것”이라며 “기존에 환경부가 허가한 제제라는 점에서, 용량과 용법이 정해지면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질병청 “대체 살충제 빠르게 검토”
이미다클로프리드는 미국에서 대체 살충제로 도입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제제다. 다만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는 현재 꿀벌 실종의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으며, 사람의 태반을 통과해 탯줄 혈액에서도 검출된다는 보고가 있어 이 제제의 농약 남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빈대 퇴치 목적에 맞는 용법·용량 필요”
전문가들은 모든 살충제는 독성과 부작용이 있어 목적에 맞는 농도를 정하고 가정에서는 용량과 용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경화 과장은 “빈대 발견 시 가정에서는 물리적 방제를 우선시하고, 약국에서 파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를 쓰려면 주의사항을 꼼꼼히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현 교수는 “미국에서는 10년 전부터 빈대 방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를 도입해 왔고, 빈대들이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에도 조금씩 저항성을 갖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있다”며 “어떤 살충제도 영원히 쓸 수 없고 완벽한 답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한 가지 계열에 의존하지 말고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면서 방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 사실상 박멸 상태였던 빈대는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서 보고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미군 기지나 외국인 유학생이 묵는 대학 기숙사에서 발견되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일반 가정집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대 연구진에 따르면 2009년~2019년 사이 국내에 다시 나타난 빈대는 이미 피레스로이드 계통 살충제에 저항성을 갖고 있었다. 2021년에 처음 발견된 반날개빈대 역시 피레스로이드 계통 살충제에 강한 저항성을 갖고 있다. 김주현 교수는 “국내 발견 빈대의 종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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