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규제 안한다… 또 무뎌진 환경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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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식당·카페 등에 적용되는 일회용품 규제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 규제에 맞춰 준비해온 사업자에 대해서는 "송구스러운 일이다.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사과했다.
이미 식당·카페 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계속 단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종이컵이 규제 대상에서 갑자기 제외되며 현장의 혼란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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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도기간 종료 앞두고 규제 철회
“현실 고려 조치” “총선 표심 의식”
정부가 식당·카페 등에 적용되는 일회용품 규제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빨대 단속도 사실상 무기한 유예한다. 그동안 비용·인력 부담을 호소해온 소상공인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국제 흐름과 달리 국내 일회용품 감축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7일 “규제와 강제만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의 일회용품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임 차관은 “조급하게 정책이 도입된 측면이 있었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규제로 또 하나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에 맞춰 준비해온 사업자에 대해서는 “송구스러운 일이다.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사과했다.
환경부는 2021년 12월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 뒤 지난해 11월부터 식품접객업 매장 내에서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1년간 계도기간을 뒀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계도기간 종료를 불과 2주 앞두고 일부 규제를 철회 및 유예한 것이다. 환경부는 편의점 등에 적용되는 비닐봉투 규제도 단속과 과태료 부과 대신 장바구니 등 대체품 사용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의 계도 종료 시점에 대해선 “국제 동향,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만 했다. 종이컵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분리배출 시스템 정교화’를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이미 식당·카페 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계속 단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종이컵이 규제 대상에서 갑자기 제외되며 현장의 혼란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연합회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은 “계도기간 연장을 통해 소상공인의 부담과 소비자의 불편을 덜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는 “근거도 논리도 없이 규제를 포기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각에선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는 것은 국제 규범이 돼가고 있다”며 “정부가 시장에 ‘문제제기하면 모든 것이 미뤄진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정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일회용 플라스틱 관련 정책을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여전히 일회용품이나 일회용 플라스틱과 관련한 생산·소비·폐기 통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며 “통계를 기반으로 감축 로드맵을 제시하고, 산업계 및 시민단체와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 단계적인 목표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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