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뛴 증시… ‘불장’ 하루만에 ‘얼음장’
코스피 58p 급락… 극심한 변동성
공매도 금지 이틀 차인 7일 증시가 전날과 정반대로 요동쳤다. 이틀 새 급등과 급락을 오간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이탈이 가속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날 공매도 금지로 인한 시장 반응이 쇼크 수준으로 과도했다며 앞으로 증시는 미국의 통화 정책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8.41포인트(2.33%) 내린 2443.96에 마감했다. 전날 2500선을 넘긴 코스피는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하루 만에 곧바로 2400선으로 내려앉았다. 낙폭으로 보면 올 들어 네 번째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도 15.08포인트(1.80%) 내린 824.37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급락하면서 오전 한때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날 매수 사이드카에 이어 정반대 시장 조치가 발동된 것이다. 이날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닥150 선물이 6% 이상 하락하고, 코스닥150지수가 3%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되면서 발동됐다.
환율도 변동성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 만에 반등하며 전날보다 10.6원 오른 달러당 1307.9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원화 강세로 ‘반짝’ 1200원대를 기록했지만 일시적 하락에 그친 셈이다.
증시 급락의 이유로는 전날 시장이 공매도 금지 조치에 과도하게 반응한 탓이 우선 꼽힌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전히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금리,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어 상승으로의 추세 전환을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을 갚으려고 주식을 사들이는 ‘숏커버링’ 수요가 어느 정도 해소된 탓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외국인 거래량을 봤을 때 급한 수요는 채운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공매도가 금지됐을 때 몇 주에 걸쳐 시장이 반응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공매도 금지 영향이 전날 하루 동안 급속도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다만 숏커버링 영향이 끝났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개별 종목과 업종에 대한 공매도 잔고 변동을 파악하는 데는 3거래일 정도 시차가 있어서다.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나온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닥에서 2330억원 순매도했다. 코스피는 4140억원 순매수해 전날보다 매수 폭이 줄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0월 외국인 증권 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한국 주식을 계속 팔고 있다. 지난달 국내 상장주식 3조112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2조6110억원, 5010억원 매도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잔액은 624조7720억원으로 전월 대비 38조9310억원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창훈 전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자금운용단장(CIO)은 “전 세계가 다 하는 공매도인데 한국만 안 한다고 하면 한국 시장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공매도 금지로 시장의 신뢰를 깨뜨렸기 때문에 외국인은 계속해서 이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이 공매도 때문만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증시가) 어제 오르고 오늘 내린 것에는 많은 요인이 있다. 공매도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지만 이것 때문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환율, 금리는 사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지 예측은 안 된다. 많은 요인에 의해 움직이기에 어떤 하나로 보는 건 사후적으로 편하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중장기적으로 공매도보다는 미국의 기준금리와 유동성 환경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시장은 공매도 영향보다는 기존대로 미국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에 따라 움직이는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일부 증권사로 구성된 시장조성자는 유동성 공급 목적의 공매도가 가능한데, 이 거래도 중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6, 7일 이틀간 기관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341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당시에도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 등의 차입 공매도는 허용됐었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유동성 넘치는 종목에 시장조성자의 개입은 독약 처방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심희정 이광수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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