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서울뿐인 대한민국?…광고천재 이 지도가 뼈아픈 이유 [최현철의 시시각각]
전방을 겨눈 총이 전신주를 빙 돌아 자신의 뒤통수를 향하는 반전 포스터. 굴뚝 아래 건물 벽에 권총 몸체를 그려넣어 대기오염의 위험성을 경고한 옥외 광고. 경찰차가 달리는 모습을 마치 총알이 뚫고 간 자리처럼 연출한 부산의 경찰서 옥외 광고. 이제석 광고 디자이너는 이처럼 상식과 관행을 깨는 아이디어로 매번 깊은 인상을 주는 공익광고를 만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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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용으로 던진 김포 서울 편입
50년 지역균형 발전 정책에 역행
내부 설득도 없이 발표, 혼란 자초
」
그런 이 디자이너가 뉴욕에서 활동하던 2009년 한국의 한 경매 사이트에 지도 한 장을 올렸다. 분명 한국 지도인데 휴전선 아래가 다 바다였다. 오직 서울만 제주처럼 섬으로 덩그렇게 남은 지도 위에 ‘신대한민국전도’란 제목이 붙었다. 아래엔 ‘서울뿐인 대한민국? 지역이 발전해야 한국이 커집니다’는 문구가 달렸다. 최근 여당이 불을 지핀 ‘뉴 시티 프로젝트'(김포 서울 편입) 논란을 보며 이 지도가 문득 떠올랐다.
‘더 메가(Mega)한 서울’…50년 균형발전과 상충
역대 정부는 예외 없이 지방 균형발전을 국정 목표로 내세우고 세부 정책을 시행했다. 지방자치제나 신행정수도가 그런 맥락이고, 혁신도시나 지역 특구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수도권 개발은 강력히 억제했다. 특히 서울 확장은 엄격한 금기사항이었다. 과거에는 서울시민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나 아파트값 상승을 바라는 욕구가 없었을까. 당장 주민 이해에 반하고 불편해도, 국가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에 50년 넘게 지켜온 원칙이다.
그런데 김포의 서울 편입은 ‘서울을 더 메가(Mega)하게’라는 의지를 담고 있다. 아무리 총선 공약이라도 이 정도 의제를 던지려면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의견 수렴이 전제돼야 한다.
“통근자 85%는 잘못된 수치”…당 소속 지자체장 조율도 안돼
김 대표 발표 이틀 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 전략을 내놓았다. 이튿날엔 윤석열 대통령이 지방자치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 내용을 다시 언급했다. ‘더 메가한 서울’과는 결이 다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김포-서울 통합에 대해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자 국민 혼란만 일으키는 정치쇼”라고 비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동연구반을 만들자”고 했다. 총선용이 아닌 장기 과제로 돌리자는 얘기다. 같은 당 소속 인근 지자체장도 설득하지 않은 채 ‘깜짝 발표’부터 한 셈이다. 어디에도 숙고와 의견 수렴, 설득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한은 “수도권 집중은 저출산대책에도 역행…국가 경제에 부정적”
지난 2일 한국은행은 ‘지역 간 인구 이동과 지역경제’라는 소논문을 공개했다. 최근 20년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꾸준히 인구가 이동했고, 이 중 청년층의 비중이 가장 컸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지방은 아이 낳을 연령대가 줄면서 인구가 더 급속히 줄고, 수도권에선 높은 경쟁 때문에 출산을 회피해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보고서는 수도권 인구 집중은 지방 소멸뿐 아니라 저출산 극복에도 명백한 걸림돌이며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이라고 결론지었다.
김 대표의 발표 이후 구리, 하남, 광명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고양, 성남, 부천, 의정부라고 다를까. 결국 국민의힘 뉴시티 특위는 “의견을 모아오면 검토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렇게 서울의 영역이 커질수록 연담화(連擔化) 대상은 늘어나고, 결국 경기도 끝까지 뻗을 것이다. 거기서 멈출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무슨 명목으로 균형발전 전략을 계속 추진할 수 있을까.
최현철 사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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