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 안 팔겠다” 하소연에…식당 ‘종이컵 금지’ 없던 일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 계도기간 종료를 보름가량 앞두고 환경부가 종이컵을 규제하지 않기로 했다.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7일 브리핑에서 “일회용품 사용 규제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하겠다”며 “종이컵은 금지라는 강제적 규제보다는 권고와 지원을 통해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도 줄이기 위해서라고 관리 방안이 변경된 배경을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당초 24일부터 식품접객업자는 매장 내에서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젓는 플라스틱 막대를 사용할 수 없고, 위반 시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돼 있었다. 편의점과 수퍼마켓 등 종합소매업장은 비닐봉지를 공짜로 나눠줘선 안 된다. 2년 전 시행된 일회용품 규제 강화 조치의 계도기간이 23일 종료되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당초 계획과 달리 종이컵을 규제 대상에서 뺀 건 음식점·커피전문점 등 소상공인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가 공개한 민원 사례에 따르면 붕어빵을 파는 A씨는 “다가오는 겨울부터 어묵은 팔지 않겠다. 작은 푸드트럭에 다회용컵을 많이 쌓아둘 수도 없고, 세척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 붕어빵만 팔 계획”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환경부는 “일부 국가가 종이컵 사용 규제를 시도했으나 현재 규제하는 국가는 없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빨대 계도기간 연장도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한 조처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 이후 커피전문점 등은 주로 종이나 생분해성 빨대 등을 대체품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싼 데다 금세 눅눅해져 불편하다는 소비자 불만까지 나오는 등 소상공인들이 이중고를 겪었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임 차관은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도 안정되는 시점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비닐봉지 규제도 적극적인 단속을 통한 과태료 부과보다는 장바구니·종량제 봉투 등 대체품 사용을 생활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등은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 계도기간 종료를 앞둔 시점에 규제를 번복하는 건 일회용품 정책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3%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며 “종이컵이 연간 248억 개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규제를 안 하겠다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제대로 된 회수 시스템이 없는 종이컵은 재활용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내부가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종이컵 사용은 또 다른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회용컵을 도입하는 등 일회용품 사용 규제 계도기간 종료에 맞춰 준비해온 자영업자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번 조처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임 차관은 “계도기간(종료)에 맞춰서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총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일회용품 정책이 후퇴하고,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없을 거라는 걱정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규제가 아닌 차원에서 일회용품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대답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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