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법원이 사기 치고 있다” 판사 “말 짧게 하라”

서유진 2023. 11. 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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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법원에서 열린 민사 재판에 출석한 뒤 휴정시간에 법정을 나서며 입에 지퍼를 채우는 손동작을 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부동산 자산 가치 조작 의혹과 관련한 민사 재판에 출석해 과거 재무제표를 작성하며 이뤄진 가치 평가 과정에 본인이 일부 개입했다고 인정했다. 이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던 기존 주장을 뒤집는 발언이다.

6일(현지시간) AP통신·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회사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 직접 관여했는지 묻는 검찰 질문에 “(재무제표 기록을) 내가 봤고, 어떤 경우 몇 가지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맨해튼에 있는 부동산 ‘세븐 스프링스’의 기존 평가 가치가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며 재무제표상 가치를 낮췄다고 시인했다. NYT는 이런 진술이 재무제표 작성에 본인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약화시킨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향해 “이것은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했다. 재판을 맡은 아서 엔고론 판사에 대해선 “날 사기꾼이라고 불렀다”며 “사기는 내가 아니라 법원이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엔고론 판사는 트럼프의 장광설이 이어지자 발언을 짧게 해달라고 여러 번 주의를 줬다. 이어 “이것은 정치집회가 아니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발언을 자제시켰다. 독백에 가까운 진술 일부는 기록 삭제를 지시했다.

이날 재판은 트럼프가 받는 형사재판 4건과는 무관한 별개 민사 사건이다. 지난해 9월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가 은행 대출 등을 쉽게 하기 위해 10년 이상 뉴욕의 저택·빌딩·골프장 등 다수의 자산 가치를 22억 달러(약 3조원) 부풀려 보고했다며 주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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