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이 오면 자연스레 손이 가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카디건이다. 보온성과 신축성 좋은 니트 소재로 만들어진, 게다가 앞판에 여밈이 있어 입고 벗기 편한 카디건은 대표적인 베이식 아이템이다. 그렇다면 카디건은 어떻게 처음 만들어지게 된 걸까? 카디건은 꽤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시작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과 프랑스의 어부들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바닷가에서 추위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니트 스웨터를 즐겨 입었다. 그리고 이 니트 스웨터에 ‘카디건’이란 이름이 붙은 건 19세기 중반의 일. 크림전쟁에 참전했던 카디건 가문의 백작 제임스 토머스 브룬델은 부상병들이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니트 스웨터에 여밈을 더했고, 이 니트 스웨터엔 결국 그의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사실 그가 고안한 카디건의 형태는 지금의 것과는 좀 달랐다. 안쪽 면에 털이 달렸고 소매는 없는, 정확히 말하자면 니트 베스트에 가까웠다.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카디건의 형태는 1860년대 중반 ‘카디건 재킷’이란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다. 1910년대에 들어 소매가 달린 이 디자인이 남성들 사이에서 스포츠웨어로 보편화되다 이후 일상복으로 널리 퍼지게 됐고, 그렇게 카디건은 현재의 형태로 정리됐다. 이렇듯 카디건은 수많은 클래식 아이템이 그러하듯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언제부터, 또 누구에 의해 처음 입기 시작한 걸까? 그 주인공은 바로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이다. 1913년 도빌에 부티크를 오픈한 샤넬은 휴양지에서 입으면 좋을 아이템을 만들고자 했다. 영화 〈코코 샤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연인 아서 카펠의 옷을 많이 입었던 샤넬은 카디건의 편리함을 알게 됐고, 여성을 위한 카디건을 만들게 된다. “스웨터는 목부터 입어야 해서 머리가 헝클어지는데, 그것이 참 싫어요.” 샤넬이 남긴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 편안한 니트 소재로 만들어진, 단추와 여밈이 있는 카디건은 허리 라인이 잘록하게 들어간 재킷을 입어온 여성들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한편 카디건은 교복으로도 큰 인기를 얻었는데, 1930년대엔 고등교육을 받는 여성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 당시 프레피 룩으로 많이 이용되던 카디건을 여학생들도 즐겨 입었는데, 여성의 자유를 외치던 그들은 오버사이즈를 선택했다고. 1940~1950년대엔 할리우드의 여배우들이 카디건을 많이 입기 시작했다. 우리가 보통 클래식한 카디건 룩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흔히 ‘앙상블’이라 부르는 스웨터와 카디건 세트가 오드리 헵번, 그레이스 켈리, 마릴린 먼로와 같은 스타들에 의해 크게 유행했다. 이후 카디건은 베이식 아이템이 됐고, 패션 디자이너들이 즐겨 디자인하는 피스로 자리매김한다. 1970년대엔 랄프 로렌의 카디건 룩과 같은 클래식한 디자인과 보헤미안 스타일로 주로 디자인됐고, 1990년대 초 그런지의 유행과 함께 다시 유행의 중심에 서게 됐다. 특유의 미니멀한 형태로 1990년대 중반 이후엔 프라다, 캘빈 클라인, 질 샌더와 같은 미니멀리스트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기도. 이후 꾸준히 런웨이에 오르며 오늘에 이른다. 몇 가지 인상적인 컬렉션을 언급하자면, 비즈 장식으로 그래니한 매력의 카디건을 하이엔드 피스로 업그레이드한 프라다, 크롭트 카디건 열풍을 일으킨 자크뮈스를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카디건을 상징하는 패션 아이콘들은 누가 있을까? 앞서 언급한 코코 샤넬, 오드리 헵번을 비롯한 1940~1950년대의 배우들, 1970년대 이후 늘 패션 아이콘의 지위에서 내려온 적 없는 제인 버킨, 그리고 제니퍼 애니스톤과 사라 제시카 파커, 귀네스 팰트로 등 1990년대를 풍미한 스타들이 있다. 최근 케이트의 니트 브라톱 세트 카디건으로 큰 화제를 모은 케이티 홈스도 빼놓을 수 없다.
「 Fashion icons 」
「 From the Runway 」
이번 시즌엔 어떤 카디건이 런웨이에 올랐을까? 늘 그러했듯, 코트처럼 보이는 오버사이즈 카디건부터 이너로 활용하면 좋을 콤팩트한 사이즈의 카디건까지 다채롭게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카디건 룩 중 가장 인상적인 11개의 컬렉션을 소개하겠다. 클래식 카디건 앙상블을 선보인 디올, 마치 종이를 구겨놓은 듯한 조형적인 실루엣이 매력적인 카디건 코트를 제안한 로에베,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카디건을 모델에게 입힌 르메르의 카디건은 아우터에 가깝다. 칼라 디테일이 더해진 모던한 디자인을 선보인 프라다, 한쪽 어깨를 내려 입은 우아하고도 관능적인 카디건 룩을 런웨이에 올린 로크, 아방가르드한 여밈으로 유니크함을 더한 스포트막스와 N˚21의 카디건은 이너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이때 유의할 점은 지지 하디드와 같은 동시대 패션 아이콘들의 룩처럼 이너를 생략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더 시크하고 쿨하다. 화려한 메탈 장식으로 존재감 넘치는 디자인을 전개한 오프화이트와 오프숄더, 크롭트, 롱테일 디테일로 드레스 못지않은 화려함을 뽐낸 블루마린의 드레시 카디건 또한 눈여겨보길. 더불어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룩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카디건을 케이프처럼 연출한 펜디, 카디건의 밑단을 팬티스타킹 안에 넣어 입어 어딘가 삐뚤어진 듯한 매력적인 애티튜드로 클래식 니트 앙상블을 새롭게 해석한 미우미우 컬렉션이 바로 그것이다.
「 How to Wear? 」
「 About celebrity 」
카디건을 아우터와 톱으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 머플러나 숄 같은 액세서리로 활용하는 셀렙들! 여기에 에디터는 케이프처럼 연출해보란 조언을 더하고 싶다. 카디건을 어깨에 걸치고 맨 위 단추만 잠그면 된다. 바로 2020 F/W N˚21 컬렉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