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금융 주력…유경선式 M&A로 성장···YTN 인수한 유진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11.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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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70위권인 유진그룹이 화제 기업으로 떠올랐다. 보도 전문 채널 YTN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다.

유진그룹은 한전KDN(지분율 21.43%)과 한국마사회(9.52%)가 보유한 YTN 지분 30.95%를 낙찰받았다. 유진그룹이 지분 인수에 써낸 가격은 3199억원, 주당 인수 가격은 2만4610원이다. 낙찰자 선정일 종가는 6000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시가보다 네 배 이상 가격에 베팅한 셈이다.

유진그룹은 연내 매각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는다. 이르면 내년 초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받아 YTN 인수를 최종 마무리한다. 방통위는 방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과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과 재정적 능력 ▲시청자의 권익 보호 등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유진그룹의 핵심 사업은 레미콘과 금융이다. 사진은 유진기업의 레미콘 사업장. (유진그룹 제공)
재계 78위로 유진기업이 핵심

잇단 M&A로 한때 재계 30위

유진그룹은 건설자재부터 금융까지 58개 계열사를 둔 재계 78위 기업이다(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은 4조650억원. 그룹 계열사 중 상장사는 유진기업, 유진투자증권, ㈜동양 3곳이다. 그룹을 지배하는 핵심 계열사는 유진기업이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유진기업 최대주주로 11.54% 지분을 보유 중이다. 승계 중인 장남 유석훈 부사장 지분율은 3.06%다. 유 회장 동생들인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 6.85%, 유순태 유진홈센터 사장 4.38%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8.97%에 달하는 사실상 개인 회사다.

그룹 모태는 1954년 유재필 창업주가 세운 대흥제과다. 1969년 영양제과로 이름을 바꾼 뒤 군대에 건빵을 납품하며 성장했다. 이를 기반으로 유 창업주가 1979년 유진종합개발과 1984년 유진기업을 세우고 레미콘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건설 붐을 타고 레미콘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다.

레미콘은 시멘트 특성상 사업장 소재지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아야 유리하다. 유진기업 레미콘 사업장은 수도권 중심으로 밀집돼 경쟁력이 있다. 현재 주력 계열사인 유진기업은 레미콘업계 선두다.

창업주 장남인 유경선 회장은 M&A로 사세를 키웠다. 그는 1985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레미콘 외 건자재 유통과 건설로 사업을 넓혔다. 지난 2004년 고려시멘트를 인수했다. 2007년 로젠택배와 하이마트를 잇달아 사들였다. 같은 해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과 자회사를 인수해 금융업으로 영토를 넓혔다. 유진저축은행 매각 후에는 우리금융지주 지분(7.4%)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인수로 유진그룹은 한때 재계 30위권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M&A가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 건설 경기 불황이 심해지자 로젠택배와 하이마트를 다시 매각했다. 특히 2011년 하이마트 경영권을 둘러싸고 선종구 전 회장과 갈등이 격화하다 결국 2012년 롯데에 매각했다. 대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등에도 뛰어들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현재 그룹은 레미콘·건자재와 금융이 주력이다. 각각 매출이 1조7600억원과 1조83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한다. 여기에 유진로지스틱스·유진소닉(물류·IT)과 푸른솔CC 등 레저 부문(700억원) 사업이 있다. 유경선 회장이 유진기업을 중심으로 그룹 전반을 맡고, 차남인 유창수 부회장은 유진투자증권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 경영을 맡는다. 삼남 유순태 사장은 인테리어 유통과 레저 사업을 총괄한다.

1990년대 40만명 종합유선방송사

이번 YTN 인수로 미디어 재진출

유진그룹의 YTN 인수가 뜬금없어(?)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유진그룹은 과거 미디어 사업을 경험한 바 있다. 1997년 부천·김포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인 드림시티방송에 출자한 데 이어 은평방송을 인수하며 총 40만명 가입자의 케이블방송사업자로 활약했다. 당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서는 처음으로 자사 브랜드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할 정도로 수익률이 좋았다.

그러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유진그룹은 CJ홈쇼핑에 케이블방송 사업 지분을 매각했다. 유진그룹은 이번 YTN 지분 인수로 17년 만에 방송 분야에 재진출하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유진그룹이 한앤컴퍼니가 보유했던 쌍용C&E의 쌍용레미콘 매각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YTN 인수전 참여를 염두에 둔 전략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경선 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유진그룹은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던 1970년대는 식품 사업을 하고, 주거 문제 해결이 관심사였던 1980년대는 건설자재 사업에, 문화적 욕구가 커진 1990년대는 미디어 사업에 진출하는 등 변신을 추구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YTN 인수는 이 같은 그룹 업그레이드의 한 과정이라는 게 내부 해석이다.

유진그룹은 낙찰이 결정된 날 입장문을 내고 “창립 70년을 앞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견그룹으로 공정을 추구하는 언론의 역할과 신속, 정확을 추구하는 방송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YTN 지분 인수를 통해 방송·콘텐츠 사업 재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YTN 인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유진그룹이 3세대로 넘어오며 성장이 둔화된 건자재 대신 금융과 미디어로 거듭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YTN을 인수한 뒤 회사를 키워 수익을 내고 다시 내놓을 것이라 예측한다. 그간 유경선 회장이 인수 이후 기업을 다시 판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또한 1조원 넘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부여하고 YTN을 인수했는데, 투자금을 회수할 만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수 자금 마련 방식에 대한 의문도 남았다. 고금리로 금융비용이 크게 올라 YTN 인수대금을 유진투자증권 매각으로 마련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있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유진기업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1380억원이다. 3200억원 가까운 YTN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선 현재 보유 자산 등을 팔아 현금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매각설의 골자다.

그러나 유진투자증권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매각설을 부인한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재무적으로 위험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이주원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실제 부담해야 할 양수 금액은 1631억원(총 양수 금액의 51%) 수준이라 재무적으로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YTN의 현금성자산(2023년 6월 말 1380억원)이 풍부하고, 현금성자산이 총 차입 규모를 웃돌고 있기 때문에 재무 상황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YTN이 보유한 남산서울타워와 YTN뉴스스퀘어의 장부가 대비 실제 가치가 더 높아 재평가 시 자산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3호 (2023.11.08~2023.1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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