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사상 최대 이익 현대차,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는 왜?
현대차가 역대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북미·유럽·인도 등 주요 지역에서 견조한 판매 성과를 거둔 영향이다. 그러나 주가는 오히려 꼬꾸라지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과 자동차 산업의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한 실적 둔화 우려 때문이다.
증권가 분석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현 주가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현대차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우려가 과도하다는 진단이다. 동시에 회사가 경쟁력 있는 순수전기차(BEV) 모델을 공개할 때까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아직까지 내년 모델의 상품성에 대해 세부 사항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과 소프트웨어 품질 등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분석이다.
고부가가치 중심 판매 개선
현대차는 올 3분기 매출 41조27억원, 영업이익 3조8218억원을 기록했다고 10월 26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8.7%, 영업이익은 무려 146.3%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판매 대수가 증가했고, 제네시스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 판매 비중이 개선된 영향이다.
올 3분기 글로벌 판매 대수는 104만5510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수치다. 이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기록한 3분기 최대 판매 대수다. 지난 2019년 3분기 현대차는 110만3362대를 판매한 바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8% 증가한 16만6969대가 판매됐으며, 해외에서는 1.9% 늘어난 87만8541대가 팔려 나갔다.
그런데 이 같은 호실적에도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다. 3분기 실적 발표 직전인 10월 25일 18만2000원으로 거래를 마친 현대차는 다음 날 주가가 17만원대로 떨어지더니, 10월 31일에는 17만원 선마저 무너지며 16만9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16만9300원까지 떨어지며 지난 2월 2일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3분기 호실적보다는 내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현대차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우려와 높은 금리 수준 등 대외 거시경제의 변동 가능성으로 인한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이다. 특히 자동차가 고가의 경기소비재라는 점에서 고금리는 수요에 치명적이다. 소비자 구매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고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글로벌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이유다.
실제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주식 시장에서 자동차 업종에 대한 전체적인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11월 1일 기준 한국거래소 KRX 자동차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77배다. 1년 전 5.04배였던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업종이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 증권사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현대차의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메리츠증권·삼성증권·유안타증권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산업의 지각 변동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은 예의 주시해야 한다. 지난 2020~2021년 지속된 공급 차질로 인해 올해는 대기 수요가 소진되며 자동차 산업이 호황을 맞았다. 그런데 이 기간 축적된 대기 수요는 대부분 내연기관 자동차다. 아직 전기차 확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던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기 수요가 모두 소진된 뒤, 시장은 전기차 침투율이 증가하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 중심의 판매 구조를 지닌 자동차 업체들은 가동률 하락과 경쟁 심화를 동시에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낮은 원가로 저렴한 가격의 전기차를 만들지 못한다면, 시장 수요에 맞춰 원가가 높은 차량을 할인해서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차량 가격 하락은 실적 악화로 직결된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낮은 가격의 전기차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동시에 테슬라나 중국의 자동차 업체들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한 차량으로 전기차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현대차가 내년 전기차 모델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과 소프트웨어 상품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며 “투자자는 이 부분을 확인할 때까지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가 저평가 과도하단 지적도
다만 자동차 산업에 대한 시장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불확실한 외부 환경을 감안해 글로벌 자동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현대차의 시장 대응 능력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주가가 낮게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우려처럼 수요 감소가 급격하게 나타나기보다는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나아가 내년 상반기까지 안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는 계절적 성수기인 동시에 환율도 현대차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과 토요타 일본 생산 차질로 북미 시장에서 재고가 하락하며 상승세를 타던 인센티브도 점차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이런 흐름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차는 10월 안정적인 판매 증가세를 보이며 4분기 전망을 밝혔다. 현대차는 10월 국내 6만4328대, 해외 31만3658대로 국내외 시장에서 총 37만7986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증가한 수치다. 국내와 해외 판매가 각각 5.9%, 10.4%씩 늘어났다.
최근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상향 조정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조3070억원이다. 3분기 대비 약 13%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9월 전망치(4조920억원)보다 5%가량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이다.
올해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이 지속될 전망이라는 점도 투자자에게 긍정적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연간 배당 수익률은 6%대로 예상된다. 이 같은 주주 환원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시장이 과도기에 진입했고 노동 비용 상승과 고금리 지속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고점 통과(피크아웃) 우려가 장기간 지속되는 동안 이익 둔화 가능성은 현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동성이나 투자 수준을 감안하면 현대차는 양호한 시장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높은 배당 수익률 등 주주 환원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현재 주가는 지나치게 낮게 형성됐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고마진인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크아웃을 하더라도 정점에서 조금 내려오는 수준일 것이다. 내년에 10% 정도 이익이 줄더라도 현대차의 PER은 3~4배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하면 현 주가는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3호 (2023.11.08~2023.11.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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