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서 멕시코까지… 한인 이주사 영상·설치로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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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 2021년 전시 'DMZ극장'에서 전망대 모습을 휴전선 너머 북한을 구경하는 한국 사회의 냉소로 포착했던 정연두(54) 작가가 이번에도 극장을 차렸다.
프랑스 이민자, 하와이 이주민 등 디아스포라에 대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던 정 작가는 이번에는 멕시코 이주 한인의 서사에 천착해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작업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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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장르 선봬… 극장식 무대 눈길
라이브 무대처럼 꾸며 현재성 획득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 2021년 전시 ‘DMZ극장’에서 전망대 모습을 휴전선 너머 북한을 구경하는 한국 사회의 냉소로 포착했던 정연두(54) 작가가 이번에도 극장을 차렸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 작가로 선정돼 선보인 ‘백년 여행기’전에서다. 이 프로그램은 현대차가 한국의 중견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이불, 김수자, 안규철 등이 수혜를 입었다.
프랑스 이민자, 하와이 이주민 등 디아스포라에 대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던 정 작가는 이번에는 멕시코 이주 한인의 서사에 천착해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작업으로 풀어냈다. 정 작가는 DMZ 작업을 하며 한국이 분단국 ‘섬’이라는 생각을 하고 작품 소재를 섬으로 확장했다. 그는 지난해 제주도에 머물며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사진 신부’ 이야기에 관한 작업을 했다. 그때 제주 북서쪽 월룡리 일대에 자생하는 백년초 군락을 방문해 백년초가 멕시코에서 태평양을 건너와 제주에 뿌리를 내렸다는 설화를 알게 된 것이 이번 전시의 개념을 잡는 단초가 됐다.
‘백년 여행기’는 1905년 영국 상선을 타고 인천 제물포항을 떠나 멕시코 유카탄주 수도 메리다에 도착한 ‘애니깽’ 농장의 한인 노동자들과 그 후손들에 관한 이주 서사를 담아낸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극장을 차렸다. 대형 스크린을 정면에 두고 관객들이 방석 의자에 누워서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대형 스크린 양쪽에 멕시코 열대 식물인 무륜주를 신전의 흰색 대리석 기둥처럼 높이 세웠다. 원래 색인 초록이 아니라 대리석의 흰색으로 바꿈으로써 눈물겨운 멕시코 한인들의 역사를 고귀한 무대의 주인공으로 올리는 효과를 냈다. 통상 미술에서 영상을 보여줄 때는 자막 테스트와 함께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내레이션 대신에 놀랍게도 판소리가 흘러나왔다. 판소리로 내레이션을 한 것이다. 이어 일본의 기다유 추임새(전통 인형극에 넣는 추임새)와 멕시코 전통 악단 마리아치의 소리와 노래로 바뀌었다.
영상에는 인천항 이미지, 멕시코 에네켄(애니깽) 이미지 등이 교차 편집되고 1905년 멕시코를 향해 가던 열악한 배에서 태어난 최병덕의 이야기, 7번 이혼해야 했던 기구한 인생의 주인공 이민 2세 여성 마리아 빅토리아 리 가르시아의 이야기, 황성신문의 이민지 모집 광고 내용 등이 자막으로 흐른다. 망해가는 나라 대한제국에서 일어난 한인의 슬픈 이주 서사의 텍스트가 한국의 판소리, 일본의 기다유, 그리고 멕시코의 마리아치 등 3개국의 목소리와 특유의 곡조로 이야기되는 장면은 낯설어서 더 큰 울림을 만들어 낸다.
소리와 영상이 공명하며 작가의 말대로 역사의 라이브 공연이 됐다. 작가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라이브무대처럼 지금의 공연이라는 느낌을 줌으로써 멕시코 한인 이민사가 과거사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이어지는 서사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5일까지.
글·사진=손영옥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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