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이재명 면전서 "한때 李 지키려 죽으려고 한 것 끔찍"
“한때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끔찍하다.”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법정에서 다시 만난 유동규 전 성남 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언에는 감정이 섞였다.
두 사람이 피고인 증인으로 마주 선 건 6월 16일 공직선거법 재판 이후144일 만이다. 유 전 본부장은 선거법 재판에 4차례 출석했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재판에서,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신문을 진행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을 기획한 핵심 인물 중 하나다.
이날 신문은 유 전 본부장이 2018년 공사 입사 직후 자신의 쓰던 삼성 갤럭시 휴대폰을 아이폰으로 교체했던 사건을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검찰이 “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 실장과 통신기록이 남지 않는 아이폰 페이스타임(영상 통화)이나 텔레그램을 통해 소통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2018년 일을 끄집어냈다. 유 전 본부장은 “제가 공사 입사했을 때 처음 사용했던 게 구매한 지 2개월밖에 안 된 갤럭시 휴대폰이었는데, (정 전 실장이) 이 대표가 아이폰 아니면 통화하는 것을 꺼린다 해서 바꾸라고 했다”며 “(이 대표가) 나까지 의심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아이폰으로 바꿨고 그 이후부터는 아이폰 페이스타임과 텔레그램을 통해 많이 소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9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대장동 사건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로 이 휴대폰 교체 사실을 꼽으며, “내가 그때 갤럭시 휴대폰으로 통화 내용을 다 녹음해놨으면 정 전 실장과 이 대표가 나를 (꼬리 자르지 않고) 최측근이라고 했을 것이다.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했을 것이다”라고 말한 적 있다.
검찰이 2021년 9월 압수 수색 전날 밤 정 전 실장과 대응방안을 논의하던 중 ‘제가 다 책임지겠다, 제가 다 묻고 가겠다’라고 말한 의미가 뭐냐고 묻자 그는 “그땐 사실 죽을 생각이었다. 그때 당시 제가 제일 보호해야할 사람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죽으면) 중간 고리가 잘리니깐, 이 대표를 위해 해준 일들을 (제가 없다면) 누구도 증언할 수 없지 않나”라며 “만약 제가 죽고 없었다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음에도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뻔뻔하게 (저에게 혐의를 떠미는) 증언하는 것들을 훨씬 더 심하게 했을 것이다.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의 증언 내내 먼 곳을 바라봤다. 이 대표 측은 유 전 본부장 신문 절차가 시작되기 직전 재판부에 거듭 “바쁘다. 먼저 이석해도 되겠냐”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허락하지 않았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이날 위례 사업의 최종 승인권자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였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이 대표의 주장 요지는 위례 사업은 유동규가 남욱 등과 결탁해 독자적으로 벌여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위례 사업은 이 대표의 공약이었고 협상 과정에서 성남시 고위공무원이 참석하는 등 유동규가 사업을 몰래 진행할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유동규 등이 민간 사업자 공모 절차에서 남욱이 떨어지지 않도록 다른 민간업자가 참여할 수 없는 일정의 공모지침서를 구성해 남욱 등에만 공유했다”며 “공모지침서 내용 일정을 게리맨더링(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기형적으로 획정하는 것)하듯 부정하고도 편파적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공약사항을 포기했다가 다시 추진하는 것은 정치인들에게는 흔한 일”이라며 “위례 사업은 성남 도시개발공사가 일정 협의나 사업자 공고, 사업자 등 모든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한 것으로, 성남시가 공동참여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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