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금리 안정세 이어질까? 재정적자 경고음에 상승 압박 커

오효정 2023. 11. 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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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인베스팅 닷컴]

16년 만에 5% 선을 뚫었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달 들어 4.6% 선에 머무르고 있다. 금리 급등세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미 재무부가 국채 발행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다. 다만 최근 국채금리 급등세가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에 기인하는 만큼,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7~9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1120억달러 규모의 국채 입찰에 나선다. 최근 국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어나 금리 급등세(가격 하락)를 자극했던 만큼, 시장 예상보다 규모가 줄어들었다. 지난 1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장기물보다 단기물의 비중을 키우겠다는 공언도 했다. 장기 금리 급등세가 두드러진 것을 고려한 것이다.

옐런 장관의 '속도조절론'에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31일만 해도 4.93%를 기록했는데,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 계획이 나온 뒤 4.73%(1일)로 떨어졌다.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10월 고용지표 발표가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일부 완화하면서 6일엔 4.64%를 나타냈다. 자카리 그리피스 크레디트사이트 수석전략가는 "장기물을 천천히 늘릴 것이란 재무부 가이던스로 시장에 안도감이 퍼졌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시장이 제롬 파월 Fed 의장의 FOMC 연설에 더해 옐런 장관에게도 귀를 기울였던 이유다.

미 재무부 공격적 국채 발행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 재무부]

미 장기금리가 주목받는 건 전 세계 장기금리의 기준 역할을 해서다. 미 장기금리가 오르면 각국의 대출금리 상승에도 영향을 준다. Fed도 장기금리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장기금리 상승으로 가계‧기업의 부담이 커지면 기준금리 상승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미 장기금리 향방이 글로벌 경제에서 무게감을 더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미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갈수록 커지는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과잉 공급하면 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최근 장기금리가 소폭 하락하긴 했어도 여전히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5년간 연 5.5% 수준에서 맴돌 것으로 내다봤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예상보다 적은 국채 공급에도, 부채가 여전히 쌓이고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시장은 금리가 더 오래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1조7000억달러로 전년 대비 23%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 정부 재정적자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8%를 초과할 것으로 봤다.

대내외적 요건을 고려할 때 미 정부가 돈을 써야 할 일은 쌓여 있다. ▶글로벌 공급망 개편으로 인한 정부 지출 증가 ▶패권전쟁으로 인한 국방비 지출 증가 ▶기후 변화로 인한 녹색 투자 등이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라 주요 국가는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의 생산시설을 국내로 돌리는 리쇼어링 정책 등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고비용 구조로 인한 물가상승을 자극할 뿐 아니라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요소다. 미국은 최종 조립이 미국 내에서 이뤄져야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시행 중이다.

김경진 기자

월가에선 향후 국채 공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고금리까지 맞물리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이자지출은 3.4%로 지난 10년간 최고 수준이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은 최근 “엄청난 재정적자가 결국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을 압도할 수 있다”며 “현재 금리 수준으로는 정부를 운영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재임 당시) 세금 인상과 지출 감축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노력했다”며 “고통스러운 지출 감축을 하기 전에 먼저 세수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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