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밥그릇 지키기' 비판 기사에 소송 건 변협, 2심도 패소
대한변호사협회가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사의 기사 내용이 틀렸다며 손해배상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1·2심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부장 문광섭)은 지난 3일, 변협이 문화방송(MBC) 등을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등 청구 소송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변협이 문제 삼은 보도는 지난 2021년 5월에 나왔다. 변협이 국고보조금 삭감 등을 이유로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실무연수 인원을 200명으로 제한하기로 한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MBC는 당시 보도에서 “이것은 핑계”라며 “(변시) 합격자 1200명 선 지키기에 실패하자, 급기야 시험에 붙은 변호사들의 시장 진입을 막으려 했단 것” “변호사 집단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 보조금이 사라졌다곤 하지만 이미 합격자들에게 연수비 명목으로 100만 원이 넘는 돈을 걷고 있는 만큼, 합격자들이 자비로 부담하는 돈만 가지고도 6개월 연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합격자들에게서 연수비 명목의 돈을 걷고 있는 만큼 예산상 어려움이 없다는 취지다.
변협 ‘연수 인원 제한’에…“밥그릇 지키기”
변호사법상 변시 합격자는 로펌 등에서 총 6개월 이상 일하거나 연수를 받아야 사건을 수임할 수 있다. 그러나 로펌 등은 연수 인원이 제한적이라 나머지는 변협에서 연수를 받아왔다. 실제로 2020년 변시 합격자 1768명 중 979명은 로펌 등에서 실무 수습을, 나머지 789명은 변협 연수를 받았다. 만약 변협이 연수 인원을 제한하면 변시에 붙고도 연수를 받지 못해 실질적으로 변호사로 활동하지 못하는 합격자가 생길 수 있었다. 법무부 역시 변협의 연수 인원 제한에 “변호사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변협은 결국 연수 인원 제한 결정을 취소했지만, MBC의 보도 내용이 틀렸다며 그해 8월 MBC, 자회사 iMBC 법인과 기자들을 상대로 정정·반론 보도를 내고 4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연수 대상 자비 부담금만으로 6개월 연수가 가능하다’ ‘변협이 변시 합격자 수를 줄이려는 속내로 합격생 연수 인원을 200명으로 대폭 줄였다’는 등 부분이 허위 사실이라는 주장이었다.
1심 재판부는 우선 “(변호사 실무수습 제도는) 국민 편익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므로 변협이 연수 인원을 제한한 조치 역시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합격자 수를 줄이려는 속내로 합격생 연수 인원을 줄였다’ 등의 표현에 대해선 1심 재판부는 “다소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변협의 조치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평가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적 주장이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에서 변협 측은 “2020년엔 참가비 수입으로 지출 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 적자가 발생했다”며 재차 연수 대상 변호사 참가금으로 연수를 진행하기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0년 변시 합격자 연수 결산 내역상 코로나 지원환급금으로 6500만원이 지출된 점을 들며 “이 같은 비용을 지출하지 않았더라면 2020년에도 변협에 손실이 발생하진 않았을 것”이란 등의 이유에서였다.
2심 재판부는 또 “’핑계’ ‘속내’ ‘빈축’ 등 표현은 증거에 의해 진위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변협을) 비판하는 측의 주장을 인터뷰했거나 이에 동조해 변협을 비판하는 입장을 취했다는 등의 사정만으론 보도에 변협이 주장하는 (허위에 관한) 사실적 주장이 포함돼 있다고 선뜻 인정하긴 어렵다”며 1심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봤다.
변협 측은 항소심에서 연수 인원 축소 결정이 상임이사회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고 했지만, 2심 재판부는 오히려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연수 인원 제한을 결정한) 2021년 3월경 상임이사회 회의에선 관련 운영위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변협은 정작 관련 회의록 등 당시 심의를 거쳤음을 인정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당시 새로 구성된 집행부에 의해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우선 연수 인원수부터 줄이려는 방향으로 추진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드래곤 독특한 몸짓 마약 탓? 검사 출신 변호사 의외의 대답 | 중앙일보
- 노래방 단골 남성이 숨졌다, 그런데 시신은 여성이었다 | 중앙일보
- 찰리박 별세…'신화' 전진, 절연했어도 빈소 지킨다 | 중앙일보
- 文도 결국 “그 정도 하시죠”…살아있는 권력 파헤친 ‘강골’ | 중앙일보
- "김종민 꺼져라, 넌 역적"…개딸들 논산 사무실까지 쫓아갔다 | 중앙일보
- "아빠 여행 고마워요, 살려주세요"…끝내 자녀 2명 잔혹 살해 | 중앙일보
- [단독] '내성 빈대' 잡는 살충제 성분, 서울대 연구진이 찾았다 | 중앙일보
- "컴맹도 쓴다"는 3만원짜리에 당했다…티켓 다 뺏긴 야구 팬들 | 중앙일보
- [단독] '김혜경 법카 의혹' 압수수색 영장, 법원이 기각했다 | 중앙일보
- 아들조차 아빠라 안불렀는데…한때 '케 서방'이 깜빡하는 사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