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혼다, 전기차 공동개발 전면취소…현대차는 "잠깐의 허들"

김수민 2023. 11. 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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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자장 내 충전 시설. 연합뉴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던 전기차의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의 움직임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세계 1위 테슬라는 물론 제너럴모터스(GM)‧포드‧폭스바겐 등은 잇달아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과 BMW는 전기차 수요 확대를 전망하면서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하고, ‘제값 받기’ 정책을 확고히 하고 했다.


전기차 투자 취소하고, 더 ‘싸게’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 테슬라는 입장을 최근 싹 바꿨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각) 3분기 실적 발표 때 “많은 사람이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고 빚도 많아 신용카드 빚, 모기지 빚을 지고 있다”며 “우리는 자동차를 더 저렴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올해 들어 자사 차종 중 최고가인 모델X의 가격을 30% 넘게 인하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염가 판매는 회사의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며 “테슬라의 자동차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51%였지만 올해 3분기는 5%에 그쳤다. 그동안 매출총이익률은 16.3%로 하락해 4년여 만에 최저치였다”고 꼬집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중앙포토


전기차 판매·투자 정책을 바꾼 건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타도 테슬라’를 목표로 GM과 혼다가 공동으로 추진해오던 50억 달러(약 6조8000억원) 규모의 보급형 전기차 개발 공동 프로젝트도 전면 취소됐다. GM은 미국 미시간주에 건설하기로 했던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도 1년 연기했다.

포드는 이미 계획된 150억 달러(약 19조4800억원)의 전기차 관련 투자 중 120억 달러(약 15조5800억원)를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그룹도 미국에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신규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의 중장기 구조적 성장을 의심하는 시장 참여자는 없으나 단기적으로 매우 어려운 계곡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전기차 시장 성장이 둔화하고 가격 인하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뚝심, BMW는 ‘제값’


이와 다른 행보를 걷는 경쟁사들도 있다. 올 3분기 전기차 5만 대를 판매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환에 전략 수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최근 수요 둔화를 ‘잠깐의 허들’이라고 규정하며 “보수적으로 생산 기일이나 개발을 늦추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에는 전기차 194만 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 (37만5000대)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쾌속 질주 중인 현대차, 실적 살펴보니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BMW도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얼어붙었다는 3분기에도 순수전기차 모델 판매가 15.1%를 차지하며, 당초 목표치 15%를 넘었다. 로이터통신은 “BMW가 주문량이 급증함에 따라 (전기차) 가격 전쟁에 ‘관심 없다’”고 보도했다. 올리버 집세 BMW CEO는 중국에서 전기차 수요를 늘리기 위해 싸게 팔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데 관심이 없다”며 “그것은 우리의 전략이 아니다”고 ‘제값 받기’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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