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펴던 철강…내년엔 중국에 발목 잡힌다
中 부동산 침체로 장기적 수요 감소
철강업계가 내년에도 중국 경기 부진이라는 그늘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올해 자동차와 조선 업황이 개선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단기 호재에 그칠 것이란 우려다.
7일 포스코센터 역삼에서 열린 '2024 철강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공문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세계 철강 수요가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4분기에 성장분을 고려하더라도 철강 수요는 당초 예상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계철강협회가 지난달 내놓은 전망치를 보면 올해 세계 철강 수요는 18억1500만t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가 예상됐었다. 실질적인 수요와 전망에서 1%포인트 넘는 오차가 발생한 셈이다. 세계철강협회가 바라본 내년 전망치인 18조4900만t(1.9% 증가) 역시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공 연구위원은 수요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그는 "중국 부동산 침체 영향으로 장기적인 철강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중국 철강 수요가 정점을 지났지만, 과거 선진국 사례를 보면 철강 수요가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산업별 철강 소비 비중을 보면 부동산이 32%를 차지한다. 여기에 25%를 차지하는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더하면 부동산과 건설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공 연구위원은 "중국 내 부동산 착공 면적을 보면 작년부터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완공 면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 정책 대신 미완공된 프로젝트 완공하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완공 물량이 늘어나면서 단기적으로 철강 수요를 지탱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착공이 감소하면서) 2025년 이후에는 완공 물량까지 급감하면서 장기적인 철강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 내 부동산 투자가 10% 감소하면 철강 수요는 3%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철강 감산 정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도 철강 업황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 연구위원은 "지난해 중국은 중앙 정부 차원에서 철강 생산을 통제했지만, 올해에는 기류가 바뀌었다"며 "감산을 하게 되면 당장 세수가 줄어들고 고용 문제가 발생하면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감산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으면서 중국 철강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수출에 나설 가능성은 커진다. 아시아 역내 철강 가격을 떨어뜨릴 위협 요인이 된다. 다만 공 연구위원은 "중국의 수출이 늘더라도 신흥국의 수요가 견조하면 아시아 역내 가격이 안정화되고 국내 유입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철강 내수 시장은 올해 수요를 이끌었던 자동차와 조선의 둔화 속에서 건설 부진으로 1% 내외 성장이 예상된다. 2024년 국내 철강 수요는 5340만t으로 올해(5300만t)와 근소할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추지미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은 "내수와 수출의 동반 둔화와 설비 가동 안정화로 내년 철강 생산도 1% 내외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 속에서 당분간 철강 원자재 시황도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인플레이션(물가 인상)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철강, 비철금속 등 상품 가격이 강세를 보인다"면서 "내년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서 원자재 가격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미국 연방준비은행(Feb·연준)이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역사적으로 9~16개월 시차를 두고 원자재 가격이 반등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이후에나 철강 업황 개선 기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과 지방정부 부채 등을 감안하면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철강 수출 확대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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