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는글쓰기] 응원하던 배우의 일탈... '중년의 위기', 이런 해법 어떨까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 70년대생 동년배들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씁니다. <편집자말>
[이정은 기자]
▲ 인생의 가을, 중년 |
ⓒ Unsplash |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지더니 어느덧 가을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 울긋불긋 형형색색으로 옷을 입은 단풍을 보러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안에 심어져 있는 다양한 관상수의 변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가을이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초록이 무성한 여름을 보내고 찾아온 가을을 사람의 생애주기와 비교해 보자면, 아마도 푸르른 청춘을 보내고 맞이한 중년이 아닐까. 나도 청년을 지나 중년에 접어들면서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에 대해 고민을 갖게 되었다. 지금을 잘 보내야 다가올 겨울이, 나의 노년이 보다 따뜻해질 테니 말이다. 그것은 비단 경제적인 부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중년의 위기'라는 말이 있다. 중년으로 들어가는 시점인 40대 즈음, 많은 사람들이 겪고는 한다는 불안과 걱정 등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젊었을 때 자주 가질 수 있었던 기회나 목표는, 중년에는 적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기 몸에 나타나는 생물학적인 쇠퇴를 생각하게 되고 타인과의 관계를 재평가하는가 하면 삶을 더 관조하려 할 것이다. 한편 직업적인 측면에서도 개인적인 성공과 성취의 한계를 재인식하게 된다(<사회학 사전>, 사회문화연구소). 다시 말해, 중년기에 접어들면서 더 자주 상실감이나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는 거다.
과거에는 40세를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인 불혹(不惑)이라고 했고, 50세는 하늘의 뜻을 깨닫는다는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지만, 시대가 변했고 세대는 이미 달라졌다. 2023년의 40~50대는 무척이나 위태롭다.
가정적인 이미지였던 그 배우
최근 응원하던 배우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인생 드라마의 주인공인 그 배우의 기사를 처음 접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연예인들의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보여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이면까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는 지금껏 워낙 건강하고 가정적인 중년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였다. 그간 살면서 연예인들의 일탈과 관련된 수많은 뉴스를 봐왔건만, 이토록 현실감이 떨어졌던 적이 있었을까. 아직 조사는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그가 도덕적인 일탈을 했다는 것은 피해 갈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중년은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의 직책에 올라 있고, 청년 시기에 비해서 비교적 수월하게 자신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나갈 수 있게 된다. 가정에 자녀가 있다면 이미 유년기를 지나있을 시기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일 수 있는 그 시기는 사회에서의 성취감과 가정에서의 안정감 뒤로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불안감, 자녀의 성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부모 역할의 변화에 기인한 공허함 등이 따라올 수 있다.
낮아진 성취감과 불안감, 공허함은 상실감이나 허무함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러한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순간적인 자극으로 채워나가게 될 수 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자극이 바로 성이나 도박,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마약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작은 그저 호기심에 의한 일회성이었을지라도, 그 순간의 자극은 이후 더 큰 자극을 바라게 될 수 있다. 이따금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탈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들이 모든 중년의 대표라 할 수는 없겠고, 중년의 상실감을 건강하지 못하게 풀어나갔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중년은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인 시기임과 동시에 내적으로는 그런 상실감에 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거친 바람과 성난 파도 속에 있는 사춘기 못지않게 어느 때보다 나 자신을 살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중년이라는 말이다.
▲ 나만의 할일 목록, to do list를 만들자 |
ⓒ Unsplash |
나 자신을 살핀다는 말 자체가 다소 모호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가볍게는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는 것이나 운동, 혹은 글쓰기도 좋겠다.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에서는 중년에 접어들면서 느껴지는 공허함을 글쓰기로 달래기 시작해, 어느덧 출간 작가가 된 분이 있다. 물론 모든 글쓰기가 출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록 정제되지 않은 일기 같은 글일지라도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그 과정에서 내 감정에 집중할 수 있고 자연스레 나를 돌보게 되는 것이다.
원하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한 다음 스텝(단계)이 있는 사람들의 행복감은 높다. 그게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저 소박하게 하루의 할 일, 'to do list'를 작성하고 하나씩 지워나갈 때의 성취감부터 채워나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중년의 위기를 탈피하기 위한 해법이나 정답은 없다. 그저 자신의 감각에 집중해 자신의 상황,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가을비가 세차게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면서 나뭇잎들이 많이 떨어졌다. 머지않아 겨울이 오겠지. 다가올 겨울을 보다 따뜻하게 맞이하기 위해 나의 가을을 더 풍성하게 채워두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은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게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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