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들어갔던 헤커 "北, 핵실험 필요…정치적 이유로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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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준비하고도 미뤄"
헤커 박사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북한의 다양한 활동을 보면 7차 핵실험 준비는 완료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감행하지는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을 막지 못했고 오히려 북한이 중국과 밀착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7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를 사실상 완료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핵실험 가능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일 당장 하라면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아직 관련 동향은 없다"며 "짧으면 사흘에서 1주일 정도 마지막 활동이 있으면 김정은이 명령을 내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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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책임 있게 행동해야"
헤커 박사는 또 "북한은 최근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하고, 중국과 러시아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연결된 것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앞서 헤커 박사는 "러시아가 비밀리에 (핵 연료인) 플루토늄을 북한에 직접 제공할까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특강에서도 "러시아는 책임 있는 핵 보유국으로 행동해야 한다"며 "우라늄과 핵실험 관련 데이터를 공유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 구소련이나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직접 지원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핵무장은 잘못된 길"
한편 헤커 박사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지지하는 국내 여론과 관련해 "한국의 핵무장은 한반도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잘못된 선택"이라며 "그간 경제 발전에 투입됐던 돈과 인력을 핵 무장에 쏟아부어선 안 되며 북핵 문제는 한ㆍ미 동맹을 통해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국의 원자력 기술을 왜 핵무장을 통해 포기하려고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은 비핵국가로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준수하는 동시에 NPT 회원국으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미국과는 양자 간 원자력 협정을 통해 원천 기술을 제공 받는 식으로 원자력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한국이 핵무장을 선택할 경우 NPT 위반이자 한·미 원자력 협정 파기에 해당하는데, 이럴 경우 지금까지 누리던 관련 권리를 박탈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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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도 특강 참석
헤커 박사는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자신의 저서 '핵의 변곡점'에서 "2001년 핵무기가 하나도 없던 북한이 20여년이 흐른 후 50개에 달하는 핵무기를 갖추기까지 미국 내에는 북한을 오도하는 실망스러운 담론이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외교와 핵 개발이라는 '이중 경로 전략'을 추구하며 양쪽 노선을 번갈아가며 우선시했지만, 미국의 초점은 오로지 비핵화에 맞춰져 있었다"면서다.
헤커 박사는 그러면서 "미국은 처음부터 평양에게 '외교냐, 핵 개발이냐' 양자택일을 강요하며 정치적 중간 지대를 없애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김정은이 결코 자기 손안의 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리라 단정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특강에서도 2004년 1월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방문했을 때 이홍섭 북한 영변 핵 과학연구소 소장이 "우리가 만든 걸 좀 보시겠습니까"라며 밀봉된 유리병에 든 플루토늄 조각을 직접 보여준 일화를 전하며 "북한은 핵 개발 과정을 외부에 보여주고 어느 정도 투명성을 확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특강에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도 참석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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