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계획 없었다"는 김길수…10일 1.5억원 받을 돈 있었다

최모란, 김하나 2023. 11. 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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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강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병원 치료 중 달아난 김길수가 지난 6일 오후 검거돼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연합뉴스

안양 병원→의정부→양주→서울(당고개역·노원역·뚝섬유원지역·고속버스터미널역·사평역·노량진)→양주→의정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탈주한 김길수(36)가 검거 전까지 사흘 동안 거쳐간 곳들이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북부와 서울시 일대로 수차례 이동했고, 밤에는 노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길수는 검거 이후 “우발적인 도주”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계획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추적 따돌리려…대중교통 이용하고 3차례 환복


7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 9시 24분 의정부시 가능동의 한 노상에서 검거한 김길수를 도주 혐의로 추가 입건하고, 사흘간 행적 등을 조사한 뒤 이날 오전 4시쯤 서울구치소로 인계했다. 수용자가 달아난 경우 교도관은 도주 후 72시간 이내 당사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에 따른 것이다.

지난 4일 오전 6시 20분쯤 안양시 평촌동한림대학교병원에서 탈주한 김길수는 택시를 타고 의정부시에 있는 지인 A씨를 찾아가 택시비 등으로 10만원을 받았다. 이후 다시 택시를 타고 친동생이 사는 양주시로 이동해 현금 80만원과 갈아입을 옷을 건네받았고, 미용실에서 이발을 한 뒤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 도착한 김길수는 상계동 당고개역·노원역, 창동 창동역, 자양동 뚝섬유원지역 등에서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고, 오후 9시 40분쯤엔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역에 들린 이후 행적이 묘연했다.

법무부 제공


김길수는 경찰에 붙잡힌 이후 조사에서 자신의 도주 경로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김길수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걸어서 사평역으로 갔다가 택시를 타고 노량진역으로 이동했다. 이후 인근 지하 건물에 은신하다 5일 새벽 2시쯤 다시 택시를 타고 친동생 B씨의 집이 있는 양주시로 향했다. 그러나 경찰 추적을 우려해 동생을 만나지 않았고, 대신 인근 상가 주차장에서 노숙했다. 한동안 양주시를 배회하던 김길수는 다음 날인 6일 오후 8시쯤 버스를 타고 지인 A씨가 있는 의정부시로 이동했다. 검거 직전엔 PC방에 들러 자신의 도주 행적을 보도한 언론 기사 등을 검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길수는 이 과정에서 3차례 옷을 갈아입었다. 우선 병원 7층에서 환자복을 입고 도주하다 1층에서 병원 관계자가 보관하던 짙은 파란색 옷으로 갈아입은 채 A씨를 만나러 이동했다. 덕분에 의정부시까지 태워준 택시 기사의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양주에서 B씨가 건넨 베이지색 상·하의로 바꿔 입은 게 두 번째 환복이었다. 그리고 도주 중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역에 한 상점에서 검은색 점퍼와 바지, 회색 티셔츠를 산 뒤 다시 옷을 갈아입었다. 입고 있던 베이지색 옷은 인근 건물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김길수는 검거 당시 직접 산 검은색 점퍼와 바지를 입고 있었고, 현금 43만원 정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김길수는 경찰 조사에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을 자주 갈아탔고, 옷도 여러 번 갈아입었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역 등 여러 곳을 방문한 건) 연고가 있거나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간 건 아니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내린 곳들”이라고 진술했다.

병원 치료 도중 탈주했다 사흘만인 6일 오후 검거된 김길수(36)가 검은색 점퍼와 바지를 입고 흰색 마스크를 쓴 채 안양동안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김길수는 이날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에서 경찰에 붙잡혔고, 이후 의정부경찰서를 거쳐 오후 11시 53분쯤 안양동안서에 도착했다. 이찬규 기자

“우발적 범행” 주장하지만, 경찰 “계획 범행 가능성”


김길수는 검거 후 안양동안서로 들어서며 “도주 계획이 있었나”란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지난 4일 ‘세수를 하러 화장실에 가겠다’는 말에 교도관이 수갑을 풀어줬다. 이후 우발적으로 도주를 결심했고, 택시 기사의 휴대전화로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던 A씨에게 연락했다”는 것이 김길수의 주장이다. 지난 2일 유치장에서 플라스틱 숟가락을 삼키고 복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진 것에 대해서도 김길수는 “유치장에서 밥을 먹는데 숟가락이 부러졌다. 교도소에 가는 것보다 죽는 게 낫겠다 싶어서 (플라스틱 조각을) 삼켰다”고 진술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그러나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길수가 인천과 서울에 각각 주택을 한 채씩 보유하고 있고, 서울의 있는 주택은 최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길수가 최근 임차인과 계약을 맺었고, 잔금 1억5000만 원을 오는 10일 받기로 한 상황이었다”며 “본인은 우발적인 도주였다고 주장하지만, 평생 도망 다닐 수 없으니 이 잔금이라도 확보해 변호사비를 충당할 수 있을 거란 동기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길수의 도주가 사흘 만에 끝나게 된 배경에는 그가 지인에게 건 전화 한 통이 있었다. 당시 이 지인을 면담하던 경찰은 휴대전화에 공중전화번호가 뜬 것을 의심해 경찰 상황실에 해당 번호의 발신지 확인을 요청했다. 전화가 의정부시 가능동의 공중전화번호라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곧장 김길수 검거에 나섰다. 당시 김길수는 공중전화 부스로 다가오는 경찰을 피해 달아났지만, 경찰은 40~50m 정도 추격 끝에 거칠게 반항하는 김길수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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