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컷 페미 폭행' 사건에…BBC도 충격 "韓, 선진국 맞나"

"여성 직장인 살기에 최악의 나라" 비판

'머리가 짧으니 페미니스트일 것이다'는 이유로 편의점 직원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20대 남성이 구속된 가운데 영국 BBC가 이 사건에 주목했다.

BBC, '편의점 직원 폭행' 집중 조명…"한국의 성평등 정도 낮다" 짚어

6일(현지시간) BBC가 '한국 남성이 편의점 직원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해 폭행했다'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냈다. [이미지출처=BBC 홈페이지 캡처]

6일(현지시간) BBC는 '한국 남성이 편의점 직원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해 폭행했다'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냈다.

BBC는 보도에서 "한국 동남부 진주시에서 자정이 넘은 시간에 한 남성이 손과 발로 여성 점원을 때리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경찰은 이 남성이 점원에게 '머리가 짧은 것으로 보아 페미니스트다. 나는 남성우월주의자(chauvinist)고 페미니스트들은 공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며 "술에 취한 이 남성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폭행을 계속했다"라고 전했다.

또 이 사건에 대해 "경제 선진국 가운데 한국은 성평등 정도가 낮아 여성 직장인에게 가장 최악의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며 "역차별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젊은 남성들로 인해 안티 페미니스트가 최근 급증했다"라고 부연했다.

BBC는 이 기사를 '한국 여성들이 짧은 머리를 다시금 주장하는 이유', '설명할 수 없는 대규모 묻지 마 칼부림이 한국을 뒤흔들다' 기사와 함께 배치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BBC '많이 읽은 기사' 7위에 랭크됐다.

해외 누리꾼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터무니없고 소름 끼치는 사건이다", "여성의 외모만으로 페미니스트라고 가정하고 그 여성을 폭행할 권리가 있다고 느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그 여성이 페미니스트라고 해도 그 사실이 당신에게 여성을 폭행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 "이 사건은 성에 기반한 폭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평등과 모든 개인에 대한 존중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내 누리꾼들도 탄식을 금치 못했다. "나라 망신이다", "부끄럽고 속상하다" 등의 반응부터 "증오 범죄를 결코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 "다른 사건보다도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BBC는 이 사건과 함께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에 대한 비난 여론도 덧붙였다. 안 선수는 앞서 일부 남성이 '짧은 머리를 했으니 페미니스트다'라고 주장하며 각종 루머를 생산하는 일에 시달렸다. 외신은 "안 선수는 복수의 금메달을 획득했음에도 머리 길이가 짧다는 이유로 끔찍한 온라인 괴롭힘을 경험했다"라고 설명했다.

진주시 하대동 '편의점 직원 폭행 사건' 피의자 구속

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 화면 캡처. [사진출처=연합뉴스]

6일 경남 진주경찰서는 일면식 없는 편의점 직원을 무차별 폭행한 혐의(특수상해, 재물손괴 등)로 붙잡힌 20대 남성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고, 법원이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4일 밤 12시 10분께 진주시 하대동의 한 편의점에서 20대 점원 B씨를 주먹과 발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옆에서 폭행을 말리던 50대 손님에게도 여러 차례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범행으로 B씨는 염좌와 인대 손상·귀 부위를 다쳤고, 이를 말리던 손님은 어깨와 이마·코 부위 등에 골절상을 입었다고 전해졌다.

A씨는 범행 당시 "B씨가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나는 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당시 만취 상태였다"며 "A씨가 '술 취해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