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예방'도 2곳 빼고 다 폐지…59조 세수 펑크, 지자체 비명
어린이집에 다니는 학부모에게 주는 현금 수당을 삭감하고 지역화폐 사용 혜택도 줄였다. 또 국제 행사를 연기하고 인프라 구축 작업도 뒤로 미뤘다. 올해 나라 살림에 약 59조 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면서 전국 자치단체 재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지자체는 기존 사업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긴축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6일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1443억원(1.34%) 줄어든 10조5865억원으로 편성해 대구시의회에 제출했다. 예산안이 전년보다 줄어든 건 1998년 IMF 이후 25년만 처음이다. 부동산 경기 회복 둔화와 내수 부진 영향 등으로 올해보다 지방세 2940억원이 감소하고, 내국세 감소로 인한 지방교부세 181억원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유사·중복 사업이나 선심성·현금성 지원 사업 폐지, 민간 보조금 감축 등을 기조로 예산안을 짰다. 이에 따라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진행하던 골목 경제권 조성 사업(10억원), 지역 기업에 전문인력 채용을 위해 보조금을 주던 혁신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5.8억원) 등 사업을 폐지했다. 당초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아이 한명당 월 5만원씩 현금성 지원을 하려던 231억원도 없앴다. 대구시 관계자는 "살림살이도 빠듯하고 2025년 국가정책으로 유보통합(영유아교육·보육 통합) 추진하고 있어 내년 예산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반면 대구·경북 신공항 관련 사업과 난임 등 출산율 올리기 위한 일부 지원 사업비는 삭감하지 않았다.
서울도 13년 만에 예산 줄어
축제 미루고, 신규 사업 미반영
세종시는 세수 감소로 내년에 준비해 2025년에 개최하려던 국제정원 도시박람회를 1년 연기하기로 했다. 행사 소요예산은 450억원으로, 세종시는 이 중 90억원을 국비로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새만금 잼버리 스카우트 대회 실패로 인해 예산 심사가 까다로워졌고, 국가재정 악화로 2026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세종시는 출범 후 처음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축소 편성(1조9059억원)했다. 신규사업은 아예 반영하지 않았고, 설계 완료된 사업도 착공 시기를 연기했다. 이에 따라 도로계획도로 개설 95억원과 용수천 그라운드 골프장 조성 4억원, 조치원 죽림리 비위생매립지 정비 28억원은 재정 상황을 고려해 추후 반영하기로 했다. 부강면 복합커뮤니티센터(42억7000만원), 보건환경연구원 증축(33억원), 시립어린이도서관(48억원) 등은 착공 시기를 연기했다. 이외에도 세수가 줄어든 제주도는 지역화폐인 ‘탐나는 전’의 사용 혜택을 축소했다. 따라서 관광객과 도민이 탐나는전을 살 때 적용되던 추가 적립 혜택과 가맹점 연매출액 규모에 따라 받던 5~10% 현장 할인이 모두 사라지게 됐다.
청소년 지원 사업 90% 줄어
학교폭력 예방과 노동권 보호, 성 인권 교육 등 기초적인 인권침해 방지 사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117 학폭신고센터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학폭 상담을 운영해온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사업은 17개 시·도 중 대구를 포함한 15곳에서 폐지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청소년 역량 강화와 인프라 유지 등을 위해 청소년 활동 지원 사업은 필요하나 국비가 전액 삭감돼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세수감소에 일부 지자체는 지방채를 발행하고 있다. 충북도는 15년 만에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충북은 올해 지방교부세가 약 1500억 원 줄었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취득·등록세 등 지방세 수입 감소액이 1600억 원에 달해 세수가 총 3100억 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 충북도 관계자는 “세출 구조조정에도 힘을 쏟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감당이 안 돼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 3100억 원이 부족한 전북도도 11년 만에 지방채 300억 원 정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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