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시간 도주' 김길수, 노량진·양주에 은신…노숙하며 추적 피해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다가 병원 치료 중 달아난 김길수(36)가 경찰 검거 직후 이뤄진 조사에서 자신의 도주 동선을 진술했다. 지난 4일 오후 9시40분께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CCTV에 포착된 뒤 종적을 감췄던 그는 지하철·택시·버스 등을 이용해 노량진과 양주시 등을 배회하며 은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7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전날 오후 9시25분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의 한 공중전화 부스 인근에서 검거됐다. 김씨는 지인과 친동생이 준 돈을 바탕으로 63시간가량 도주 행각을 벌였다.

김씨는 플라스틱 숟가락 손잡이 부분 5㎝가량을 삼켜 지난 2일 오후 8시30분께 안양 한림대학교성심병원에 입원했다가 지난 4일 오전 6시20분께 도주해 택시를 타고 의정부로 이동했다. 지인인 A씨는 10만원을 김씨에게 줬고, 택시비로 7만원을 지불하고 3만원을 남겼다. 이어 친동생이 있는 양주시로 이동해 80만원을 받은 뒤 서울로 진입했다. 김씨는 노원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같은 날 오후 6시30분 뚝섬유원지역으로 이동했고, 같은 날 오후 9시40분께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기존에 확인된 김씨의 동선은 여기까지로, 이후 행적은 오리무중이었다.

김씨는 검거 직후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사평역으로 이동해 택시를 타고 노량진으로 향했다고 진술했다. 노량진의 한 건물 지하에 몸을 숨기고 있던 김씨는 5일 오전 2시 택시를 타고 동생 집이 있는 양주로 다시 향했다. 동생 집 근처에 경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김씨는 인근 한 상가 주차장에서 시간을 보내다 6일 오후 8시께 버스를 타고 의정부로 이동했다. 의정부에서 김씨는 PC방을 찾아 자신의 기사를 검색한 뒤 나와 공중전화로 A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를 포착한 경찰에 같은 날 오후 9시25분 검거됐다.

검거 당시 김씨의 수중에는 43만원이 있었다. 동생과 지인이 준 돈이 83만원이니 40만원을 사용한 셈이다. 이 돈은 택시비와 옷값, 식사비 등으로 지출됐다. 김씨는 도주 과정에서 교통수단을 자주 바꾸고 옷을 갈아입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김씨는 각각의 도주 동선에 특별한 목적은 없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기본적인 조사를 마친 뒤 7일 오전 4시께 김씨의 신병을 구치소 측에 인계했다. 형집행법에 따르면 교도관은 수용자가 달아난 경우 도주 후 72시간 이내 당사자를 체포할 수 있다. 기존 김씨가 구속된 특수강도 혐의의 구속 효력이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를 구치소에서 접견하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도주 경위와 경로 파악을 위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