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엔지볼' 토트넘 0-7-1 포메이션, 객기 혹은 자존심... 옳은 선택이었나?
[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뒤로 물러서지 않으며 찬사를 받았지만, 퇴장자가 2명이나 나온 상황에서 무리한 운용으로 볼 수도 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홋스퍼 감독이 보여준 퇴장시 운영법 이야기다.
7일 오전 5시(한국시간)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훗스퍼 스타디움에서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라운드를 치른 토트넘이 첼시에 1-4로 패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올 시즌 첫 패를 당했고, 승점을 추가하지 못하며 1위 탈환에 실패했다. 첼시는 승점 3점을 더해 10위로 올라섰다.
이날 전반 5분 만에 데얀 쿨루셉스키의 선제골이 나오면서 토트넘이 앞서갔지만 전반 33분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퇴장으로 위기를 맞았다. 로메로는 페널티 지역에서 첼시 수비수 엔소 페르난데스의 정강이를 축구화 발바닥으로 가격했고 VAR 판독 후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어진 페널티킥에서는 콜 파머가 굴리엘모 비카리오를 뚫고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토트넘은 한 명이 적은 상황에도 라인을 내리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왼쪽 윙어로 나선 브레넌 존슨을 빼고 에릭 다이어를 투입해 로메로의 빈자리만 채우고 전술 기조는 그대로 유지했다. 라인을 올리면서 발생한 넓은 뒷공간은 비카리오 골키퍼가 책임지는 형태였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뒷공간이 계속 열리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높은 라인을 유지하려다보니 공격도 수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실점 이후 토트넘의 공격 작업은 효율이 떨어졌고, 첼시에 수차례 뒷공간을 허용했다.
높은 라인으로 인한 부담은 온전히 수비진이 책임져야 했다. 결국 전반 추가시간 니콜라 잭슨과 속도 경쟁을 펼치던 미키 판더펜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후반 10분에는 데스티니 우도기가 왼쪽에서 스털링의 돌파를 막으려다 반칙을 범해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 당했다. 우도기는 전반전에 이미 스털링을 향해 양발 태클을 시도해 첫 번째 옐로카드를 받았다. 그럼에도 첼시의 역습 상황에서 세 명의 공격수를 다이어, 우도기 둘이 막아야 했던 상황이라 정상적인 대처가 어려웠다.
9명이 됐음에도 토트넘은 공격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 중 포메이션은 0-7-1에 가까웠다. 도박의 결과는 대량 실점이었다. 후반 30분 스털링이 뒷공간을 다시 한 번 뚫어내며 득점 기회를 만들었고, 잭슨이 수비 방해 없이 마무리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에도 뒷공간을 내주며 잭슨에게 2골을 더 허용했다.
보다 실리적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첼시의 잭슨, 스털링은 빠른 발로 뒷공간을 허무는데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다. 경기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에 이들을 계속 막아낼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비카리오의 선방으로 버티긴 했지만 첼시의 심각한 골 결정력이 아니었다면 더 빨리 무너졌을 수 있다. 오히려 골 결정력이 좋지 않은 첼시에 공간을 주지 않고 버티면서 스스로 무너지길 기다리는 게 더 나았을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이 통제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경기는 그렇지 않았다. 토트넘은 맨체스터시티만큼 적은 선수들로도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팀은 아니다. 토트넘은 점점 점유율을 잃으며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갔다. 통제력을 잃은 상황에서 공격축구를 하는 건 도박에 가깝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이것이 토트넘을 정의하는 것이다. 5명이 뛰어도 라인을 올릴 것"이라고 말하며 기조를 유지한 이유를 밝혔다.
스코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은 일리가 있다. 한 명 빠진 팀이 여전히 압박축구를 하는 건 약간 모험적이긴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전략이다. 이번 시즌 토트넘 선수들에게 익숙한 경기 양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두 명 빠진 대목부터는 평소 준비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고, 수비축구를 했더라도 어차피 졌을 만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간과한 것이 있다면 다음 경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 더 심한 전력손실이다. 부상자가 한 경기에서 너무 많이 나온 건 선수별로 커버해야 하는 범위가 늘어나고, 무리한 동작을 많이 반복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우도기의 퇴장 역시 개인별 수비 범위가 너무 넓어져 발생했다.
이 경기만 놓고 보면 토트넘의 용감한 접근법은 일리가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서포터와 제3자 모두 찬사를 보냈다. 다만 전력손실은 아마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계산 밖이었을 것이다. 무리한 공격축구가 때로는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이날의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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