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 안 팔겠다" 불만 터지자…'종이컵 금지' 안 한다는 정부

천권필 2023. 11. 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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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전통시장 어묵 가게에서 주인이 나무 꼬치에 꽂힌 어묵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1회용품 금지 계도 기간 종료를 보름가량 앞두고 환경부가 종이컵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빨대도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7일 브리핑에서 “1회용품 사용규제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하겠다”며 “종이컵은 사용 금지라는 강제적 규제보다는 권고와 지원을 통해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그동안 계도로 운영해온 1회용 품목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1회용품 사용도 줄이기 위해 이번 관리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24일부터 매장 내에서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 젓는 플라스틱 막대를 사용하는 식품접객업자는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 종합소매업장에서는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일회용품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계도 기간(1년)이 23일에 종료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부담 크고, 종이컵 규제 국가 없어”


정부가 식당 종이컵 사용 금지 조치 철회를 발표한 7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 종이컵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이중 종이컵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건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가 공개한 민원 사례에 따르면, 붕어빵 사장 A씨는 “다가오는 겨울부터는 어묵은 팔지 않겠다. 작은 푸드트럭에 다회용컵을 많이 쌓아둘 수도 없고, 세척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 붕어빵만 팔 계획”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환경부는 “일부 국가에서 종이컵을 규제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현재 종이컵 사용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 기간 무기한 연장


서울 시내 한 카페 내 1회용 플라스틱컵 사용 모습. 뉴스1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해 플라스틱 빨대의 계도 기간도 사실상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 이후 커피전문점에서는 주로 종이 빨대나 생분해성 빨대 등을 대체품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가격이 비싼 데다가 ‘쉽게 눅눅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까지 듣는 등 업주들이 이중고를 겪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임 차관은 “사회 한쪽 부문의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로 돼 있는 틀 안에서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낮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도 안정되는 시점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하고자 한다”고 했다.
차준홍 기자

비닐봉지 규제 역시 적극적인 단속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기보다는 장바구니, 종량제 봉투 등 대체품 사용을 생활 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총선 의식?…환경 차관 “총선과 관련 없다”


임상준 환경부 환경부 차관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오는 24일 일회용품 사용제한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일회용품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환경 단체들은 정부가 1회용품 금지 계도 기간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규제를 번복하는 등 1회용품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성명에서 “국민권익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는 1회용품 사용규제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며 “종이컵이 연간 248억 개가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규제를 안 하겠다는 것은 직무 유기”라고 밝혔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종이컵 내부는 플라스틱 코팅으로 돼 있어 종이컵 사용은 또 다른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회용컵을 도입하는 등 계도기간 종료에 맞춰 영업을 준비해 온 자영업자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조치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영업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환경부가 필요 이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부풀리고 그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식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 식당이나 카페에서 종이컵 사용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임 차관은 “계도 기간 (종료)에 맞춰서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총선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일회용품 정책이 후퇴하고,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규제가 아닌 차원에서 일회용품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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